1980년대 및 1990년대의 신문, 잡지에는 항간의 유머를 소개하는 코너도 있었고, 그렇게 소개된 유머가 단행본으로 재발매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알려진 유머 중에는 애국심 유머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
3명의 바보가 모여서 애국심 경쟁을 했습니다.
- 갑 - 나는 외제차 안 탄다.
- 을 - 나는 양담배 안 피운다.
- 병 - 나는 영어 안배우고 영어시험에 빵점 맞는다.
결과적으로 병이 이겼습니다.
단순 표기실수라고는 해명했는데 글쎄요.
이전에 천안함 폭침사건 발생한 이후 온갖 음모론이 나돌았는데, 이지스 전투시스템의 대공레이더가 왜 잠수함을 잡지 못하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에,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영화가 나왔는데 내용은 둘째치고 영화의 영어명조차 잘못 써서 이게 Project Cheonan Ship으로 오역되었다든지 하는 일이 빈발했고, 김정은 추종단체 중의 한 곳은 김정은의 이름 로마자 표기를 틀리게 했다가 언론의 지적 이후에 바로잡기도 하는 등 무식이 아주 가지가지로 드러나고 있다 보니 단순 표기실수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점이 없지 않습니다.
이런 사소한 거 틀릴 수도 있지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글쎄요.
김일성 일가의 소유물인 북한이 얼마나 희한한 이유로 사람을 잡아 죽이는지에 대해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980년대 전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발간한 북한실상 100문100답에는, 어느 벽지 디자이너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쌀 미(米) 한자 모양의 벽지도안을 했는데 그 디자이너는 기독교인이라는 죄목으로 체포되고 사형판결을 받아 결국 사형당했습니다. 그 디자이너는 식량난을 겪어서 고생하셨던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벽지 도안을 만들었지만, 북한의 고위층은 그 진술을 무시하고, 米 가운데에 십자가가 있으니까 기독교인이라고 몰아서 끝끝내 그 디자이너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북한이 이렇습니다. 진짜 생트집을 잡아서 사람을 죽이는 데에 능수능란한 그 북한이, 김일성 일가의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데에 과연 얼마나 너그러울 수 있을까요? 김일성 초상화를 그리는 데에 그림을 세워놓고 그리면 도료가 흘러서 그림이 더러워질 것을 걱정하여 부득이 눕혀놓고 그리는 화가에게 김일성의 얼굴을 깔고 앉았다고 화가를 정치범으로 몰아세워 죽음으로 내모는 일도 흔히 있는 북한인데, 최고 지도자를 최고 독서가라고 잘못 써놨으니 그 죄는 죽음으로도 다 못 갚겠지요.
이래서 자유가 좋은 것입니다.
자유로운 세계에서는 세계최악의 독재자도 얼마든지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고, 또한 그 추종자가 무식해서 저지르는 잘못 또한 처벌받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추종자들이 그 독재자가 다스리는 지상낙원에 굳이 안 가려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