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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자답 시리즈: 저는 제목을 살리려고 글을 씁니다(?)

Lester 2018.06.23 04:09:24

오늘의 자문자답은 이게 문제입니다.


사실 원칙적으로 생각하면 내용을 다 쓰고 나서 제목을 마지막에 붙이고 점점 고쳐나가는 게 맞습니다만, 옴니버스라는 구조 탓인지 아니면 언제부턴가 익혀버린 잘못된 습관 탓인지 제목을 먼저 정해두고 나서 글을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정도만 하면 문제가 없겠는데, 생각해 보니까 멋있거나 의미심장한 제목을 짓고 나서 내용을 거기에 맞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악화된 경우는, 바로 그럴듯한 제목과 개요만 적어두고 실제 연재로는 옮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단 후자의 문제는 창작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설정놀음에 가까워서, 극약처방을 써서라도 그만둘 수는 있습니다. 다만 전자 즉 내용보다 제목을 우선하는 문제는 마냥 나쁘다고 하기엔 뭐한 것 같기도 합니다. 에피소드의 내용을 축약하여 독자가 기대하게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본 에피소드는 무엇의 패러디입니다'하고 광고하는 셈도 되거든요. 패러디를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소재를 보충하기도 하고(원작존중에 너무 목을 매버린다는 다른 문제가 발생하긴 하지만). 예전에 팬픽을 쓸 때 그렇게 제목으로 사소한 애드립을 치며 썼던 게 기억납니다. Peacemakers of the Caribbean이라든지... 그런 잔재미 덕분에 글을 쓸 맛도 나고요.


정작 옴니버스 방식을 사용한 고전 명작이나 최근의 작품들을 보면 제목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데도 말이죠. 이 문제의 가장 큰 문제이자 아이러니는 그러한 제목이 넘쳐난다는 것은 소재가 넘쳐난다는 뜻이지만 정작 줄거리는 허술하다는 점입니다. 제목 그 자체가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뜻을 풀어내거나 부풀리기가 어렵다는, 태생적인 한계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제목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게 좋을까요? 제 질문과 별개로, 제목이 정말로 제 값을 하거나 반대로 제 값을 못한 경우를 알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