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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는 월드컵을 맞으며 떠올려 본 "비국민"

SiteOwner 2018.06.14 20:11:35
오늘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개최되는데, 이상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습니다.
간혹 월드컵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기회는, 코카콜라 등의 공식 후원기업의 광고 정도일까요, 그걸 제외하면 월드컵은 고사하고 축구에 대한 언급이 모종의 금기가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제 기억 속의 월드컵으로는 1986년 멕시코, 1990년 이탈리아, 1994년 미국, 2002년 한일공동,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프리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은 기억하지 못하는데, 당시 대학생활의 일시중단 및 군복무 준비 등의 현안이 있었다 보니 월드컵에 관심을 가질 여력 자체가 없었던 터라 그러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별별 소리를 다 들었는데, 좀 충격적인 표현도 있었습니다.
비국민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으니까요.
비국민이라는 이 용어는, 황국신민으로서의 본분을 다 하지 않아서 국민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의미. 과거의 군국주의 시대 일본이 쓰던 용어입니다.
저는 스포츠 관전을 할 때 차분하게 보는 편이며, 어떤 전술을 구사하는가에 주목합니다. 그래서 이겨 간다고 소리를 지르고 환호하지도 않고 져 간다고 실망해 하지도 않고, 흔히 스탯(stat)으로 약칭되는 선수별, 팀별 통계 등에도 눈길을 잘 주고 이렇습니다. 그런 저를, 대한민국의 승리를 바라지 않으니 비국민이라고 하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아니, 저를 욕하는 것 자체는 뭐 그렇다 치더라도, 꼭 그 비국민이라는 그 용어를 구사해야만 했을지...

16년이 지난 지금은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는 월드컵.
2002년에는 국민이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비국민이 되었나 봅니다. 저를 욕하던 그 논리대로라면.

스포츠를 어떻게 관전해도 상관없지만, 저처럼 규칙과 전술, 통계 등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금같은 상황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한쪽으로의 쏠림이 극단을 달리는 우리나라의 실정으로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