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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자답 시리즈: 선악론을 포기해야 하나?

Lester 2018.06.09 01:42:38

(첨부한 곡은 보시다시피 FM Attack의 'Activate'로, 제가 최근에 찾아다니며 듣기 시작한 신스웨이브들 중 매우 좋아하는 곡들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도 글을 쓰기 위해 자문자답하는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소설의 주제를 정해보기로 했지만, 명확하게 '이거다!' 하고 정해두고 시작한 소설이 아니라서 일단 저 질문은 아웃(...)이고, 하나씩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여러가지 문제를 묶어서 해결하려다 보니까 여기저기서 모순이 튀어나와서, 명확한 것부터 짚고 넘어갈 생각입니다.


1. 범죄적 요소가 등장하는가? (네)

에피소드에 따라 다르겠지만, 작품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만을 따지면 단연 YES입니다.


2. 범죄적 요소의 비중은 어떠한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옴니버스 구조이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서 연재하는 때와 장소 및 기분에 따라 달라질 테니 반드시 범죄적 요소가 없다/있다로 구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3. 범죄적 요소는 언제 사용되는가? (의뢰인과 의뢰 내용에 따라)

범죄적 수단을 사용하느냐 아니냐, 의뢰인이 범죄와 관련이 있느냐 없느냐... 정리하자면 A)사건 해결의 방법 B)의뢰인의 입장이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B의 경우 명확히 에피소드의 주제와 관련됩니다. A의 경우 언뜻 선택권이 있는 것 같지만, B를 강조하려면 '그에 걸맞는' 방법으로 해결해야겠죠.


4. 주인공들은 범죄적 요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건부 긍정)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의뢰인과 의뢰에 따라 범죄적 수단을 사용할 때가 있는데, 이 '수단과 그 사용 여부'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정해두는 게 캐릭터로서도 작가로서도 더 이상 방황하는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이전에 한 번 정리하긴 했습니다만, 다시금 명확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A. 존 휘태커

 -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따르기 때문에, 자신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행동한다.

 - 도덕을 '의도'보다 '결과'에 둔다. 즉 '목적이 나쁘면 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도와주고 보니 목적이 나빴으므로 보복한다'.

 - 자신의 행동에 대해선 포장하지도 비하하지도 않고, 평가에 관심이 없다.

 B. 레스터 리

 - 도와주기엔 사정이 복잡하거나 여의치 않을 때만 '어쩔 수 없이' 범죄적 수단을 사용한다.

 - 도덕을 '결과'보다 '의도'에 둔다. 즉 '목적이 나쁘면 하지 않는다'.

 -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두 주인공 모두 엄밀히 말하자면 악인입니다만, '악인이라도 입장이 다르다'... 라고 하는 것은 이야기의 논점이 이상한 데로 흘러갈 것 같고, 어짜피 오너캐나 마찬가지인 녀석을 작가인 제가 작품 밖에서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냥 입장만 정해두고 말렵니다. 선악론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던 게 독이었던 것 같네요. 그냥 재밌으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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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 보니까 생각나는게, 설정노트를 봤더니 "레스터의 행동에 대해 주변인물들이 각자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게 할 것"이라고 되어 있었네요. 그런 식으로 레스터에게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반대하는 사람이 있음을 표현하는 게 앞서 말한 선악론을 풀어내는 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독자 입장에서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거나, 범죄미화라거나 하는 게 되겠지만... 적어도 저 자신은 이렇게 상반된 입장을 모두 표현하는 게 정신적으로도 편할 것 같습니다. 캐릭터 형성에도 도움이 되고.


대강 생각해 보면 (아마도 사적제재(?)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찬반양론이 나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찬성측(의뢰 해결에 범죄적 수단을 사용)

 - 법의 한계를 현장에서 실감하여, 조직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는 형사 [이 쪽 세계관이 이렇거니 하고 넘어가 주세요. 실제 미국 법류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 빚은 '직접 자기 손으로' 돌려줘야 직성이 풀린다는, 자칭 선의의 마약상 [독과점에 반대하는 마약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어떻게서든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 싶어하는 의뢰인들

 반대측(의뢰 해결에 범죄적 수단을 사용하지 않음)

 - 위의 형사의 조카이자, 공권력으로도 충분하다고 믿는 탐정지망생

 - 레스터처럼 행동했지만 부질없다는 걸 느낀데다 한 손까지 잃은 전직 범죄자, 현 아파트 관리인

 - 레스터의 입장이나 고뇌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의뢰인들

제가 사적제재에 대해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너그러워서 그런지, 반대측의 입장은 잘 생각나지 않네요. 찬성측과 반대측에 대해서 의견을 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