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많이 시청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혹 해외여행 관련 프로그램에 몇 가지 착각이 내재된 게 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이 점에 대해서 간단히 써 보려고 해요.
일단 제 성향이 보수적인 것도 있고, 여행업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해외여행을 대부분 자체기획으로 갔다오는 패턴이다 보니 일반여행자와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밝혀 둘께요.
1. 돈은 무조건 아껴야 한다?
물론 준비된 예산을 초과할 수는 없으니까 여행경비를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데까지는 절약하는 게 맞아요. 그렇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비조차 삭감하려 든다면 여행을 해야 할 이유 자체가 부정되는데다, 의외로 그 절감 노력이 역으로 뒷돈을 이중삼중으로 지출하는 형국으로 귀결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2. 숙소는 미리 안 정해도 현지에서 조달하면 된다?
국내여행의 경우라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겠지만, 해외여행의 경우는 달라요.
입국신고서에 거소가 미리 지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출국할 자유는 있지만, 입국은 입국희망자를 받아들이는 국가의 재량이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 주세요.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국가가 입국희망자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없어요. 게다가, 낯선 곳에서 숙박지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여행의 피로감 증가 및 상황대처력 저하 등의 문제는 두말할 것도 없어요.
3. 좌충우돌하는 여행이 재미있다?
보통 하이틴-20대 전반의 경우 이렇게 생각하기 쉬워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 쉬운데, 절대로 어떻게 되어 주지 않아요. 가장 끔찍한 경우,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인생 마지막 여행이 될 수 있어요. 면밀히 계획하고 대비하더라도 돌발사태가 터지기 쉬운 게 여행인데, 무계획으로 나갔을 경우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예요.
4. 현지인 친구가 있을 때 믿으면 된다?
친구와는 대등한 관계, 수평적인 관계라야 해요.
현지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지는 각양각색이겠지만, 확실한 것은 현지인 친구라도 100% 신뢰할 대상은 되지 못한다는 것. 그 친구에게 전부 또는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게 되면 언제까지나 좋은 친교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게다가 사람 속은 참 알기 힘들어서 그 친구가 나쁜 마음을 먹거나 원래부터 정체를 감추고 있다면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거든요. 그러니 현지인 친구를 믿는 것도 정도가 있어요.
대체로 이 정도는 명심해 두어야 할 것 같은데, 최근의 해외여행 관련 프로그램들은 출연자들을 험하게 굴리는 것에만 치중할 뿐 이런 착각에는 결과적으로 눈을 감는 것 같네요. 그리고 그러한 방송을 보고 해외여행을 너무 쉽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아닌지도 걱정되고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