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자고 일어나니 적폐세력이 되어 있었다.

SiteOwner 2017.11.21 21:17:36
살면서 별별 일을 겪어와 봤습니다만, 자고 일어나니 적폐세력이 되어 있었던 건 뭐랄까, 이미 지난 주의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도 떨떠름한 감을 도저히 떨칠 수 없습니다.

여러 이유로 인연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정치병이 좀 심하게 든 사람이 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하는 말이 많은 경우에는 그냥 듣고 한 귀로 흘릴만한 내용의 것이지만, 간혹 상당히 무례한 것이 있어서 썩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서울에서 사는 것은 조상들이 결과적으로 현명해서였고 지방에서 사는 것은 조상들이 결과적으로 무식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한 결과라고 말한다든지, 6.25 전쟁 때 미군이 조금만 늦게 왔더라면 한 1만명 정도 사망자를 내고 북한 위주의 "조국해방전쟁" 이 성공해서 미국의 간섭 없이 자주적으로 살았을 수 있을텐데 한다든지, 보수정당은 아예 설립조차 할 수 없게 막아야 하고 진보정당 일당독재가 유지되어야 민주주의가 완성된다든지, 특정 정치인을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면 국민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든지 등등...
이런 열거된 사항에 대한 해석은 여러분들께 맡겨야겠군요. 이전에 쓴 글 중 지역감정과 얽힌 크고 작은 이야기를 같이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에는 이런 말까지 들었습니다.
대통령이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서 사과했으니까 월남전 참전군인 및 그들의 후손들은 적폐세력이라고. 그리고 그런 부류의 자들은 하나하나 색출해서 인민재판으로 죽여야 한다고.
이건 좀 듣고 있기가 뭐하더군요. 그래서 이렇게만 되물었습니다.
"아, 우리집이 적폐세력이라는 말이네. 그래서? 형법 제255조네."

말한 사람이 요즘은 저만 보면 조용해집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의 신념은 그렇게 대화 상대를 보고 눈치보고 굽힐 정도였다는 것인지.
적폐세력으로 낙인찍든 말든간에 상관은 없지만 자신의 신념에 얼마나 충실하게 살아갈 지부터 결정하고 말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아울러 들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동생에게 해 주니 동생이 분통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적폐 어쩌고가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거냐고.
그리고 이런 농담도 하더군요. 좀 많이 죽이면 1인당 GDP 3만달러 시대가 빨리 열리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