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
철도사고로 타고 가던 열차가 운행중지되어버린 것은 처음 겪어보았어요.
어제 서울에서 할 일을 마치고 열차로 귀가중이었는데 갑자기 열차가 더 이상 출발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신호대기를 위하여 임시정차중인 경우가 간혹 있다보니 이상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정차시간이 길어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얼마 후 열차안내방송에서, 경부선 신탄진역과 매포역 사이에서 화물열차가 탈선해서 상하행 선로 양쪽이 모두 통행불능상황에 빠졌고 언제 운행이 정상화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알려졌어요.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다시 방송이 나와서 그대로 지시에 따랐어요.
수도권전철로 갈아타서 장항선 아산역까지 가고, 아산역과 계단으로 연결된 KTX 천안아산역으로 가서 거기서 동대구행 KTX를 타는 것. 이렇게 지시를 따라서 탔을 경우에 무임으로 갈 수 있고, 도착역에서 지연보상을 받을 수가 있다고 하네요. 결국은 날을 넘겨서 귀가할 수 있었어요. 지하철에서 느끼는 혼잡을 KTX 안에서 체험했다는 건 또 신기한 일이기도 했지만요.
이번 사고에서 두 가지가 인상적으로 보였어요.
첫째, 국내에는 철도네트워크가 많지 않다 보니 어느 구간이 못쓰게 되었을 때 전국적인 마비가 올 수 있다는 점. 이 사고로 경부선(경전선 및 동해남부선 경유 포함), 호남선(전라선 포함), 충북선 운행계통은 완전히 마비되어 버렸으니까요.
둘째, 이러한 대규모 혼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대응이 대부분의 경우 침착했다는 점. 현장 실무자들과 언쟁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침착하게 대응해서 별 탈이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예의 철도사고에서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게 정말 다행이예요.
많이 놀라고 불편하기도 해서 오늘 몸도 안 좋지만, 그래도 새벽에 귀가할 수 있었고 인명피해 없이 사고가 수습되었으니 이것으로 만족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