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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여성지에서 읽었던 무서운 의견 하나

SiteOwner 2016.01.17 22:48:03

예전부터 손에 잡히는 활자매체는 거의 대부분 읽었고, 그 중에는 여성지도 있습니다.

지금도 이름이 생각나는 것으로는 여성중앙, 레이디경향, 가정조선, 영레이디 등의 두꺼운 것부터,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 사외보인 향장 등의 얇은 것까지 다양한데, 그 중 독자의견란에 있었던 상당히 무서운 의견 하나가 생각나고 있습니다.


한때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를 지칭하는 용어로 게이보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어가 된 말이다 보니 꽤 격세지감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독자의견이 몇 건 게재되어 있었던 것이 있었는데 그 중 눈에 띈 것 중의 하나는 "게이보이는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니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그 당시 어린 나이이기는 했지만, 그 의견을 읽고는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창조주, 신 등의 초월적인 존재가 있다면 이 세상에 성적 정체성이 생물학적 성별과 다르게 태어난 사람이 있는 것도 창조주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존재도 아니면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속성을 타고난 사람들에 대해 신의 섭리를 거스르니 어쩌니 하는 주장을 펼치면서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니 기가 찹니다. 만일 그 기고자 앞에 트랜스젠더인 사람이 나타났다면 그 기고자는 그런 사람을 테러하여 상해를 입히거나 죽일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자신이 절대자도 아니면서,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신봉하고 있는 종교에 근거하여 특정인의 존재를 허용하니 마니 하는 그런 오만한 의견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무섭습니다.

그리고 그 기고문에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타인의 특수한 사정에 대해서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닌 한 자의적으로 그 사정을 용납못한다 등의 말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것. 물론 뭔가 해 줄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