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 시간에 저를 괴롭혀 잠을 방해하는 요인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밤 손님은, 고독감도 아니고 무료함도 아닌-다름아닌 지독한 두통입니다.
그 전에도 잠깐 언급을 한적도 있었지만....분명히 그때도 두통 관련 글을 한 번 썼었던 것 같은데, 잠잠하더니 아주 오래간만이군요. 게다가 그때 만큼 여유있게 써대며 통각을 속이는 것이 쉽지 않네요.
지독한 두통놈. 오랜만이라 인사치레를 호들갑스럽게 하는 것 같아요. 그다지 반가운 친구는 아닌데.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간의 일생은 순간과 순간이 틈새 없이 들어찬 것이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그 순간들 중 같은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음이라 한다면 육체의 고통 따위는 그야말로 순간적인 것이고, 가볍습니다.
보통은 입에 담기에도 하찮아서, 어디어디가 아프더라도 그 아픈 것을 전혀 내색없이 견디곤 했었지만....
분명, 아프다고 말해봐야 들어줄 사람도 없으며 들어봐야 좋은 이야기도 아니고 또 의사도 아닌 사람에게 아프다 얘기해봐야 나아질 리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두통은 거의 친구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여기는 증세라,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이 시간에는 정말 곤란합니다. 이렇게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라면, 그래서 잠을 자는 시간이 줄면 줄어들수록 일에 지장이 크지 않겠습니까. 안그래도 낮밤 주마다 바뀌어가면서 일하는데 말이죠
겨우 바로잡아놓은 생활패턴을 지긋지긋한 두통 때문에 다시 뒤집게 된다면 이건 두통이란 녀석을 법정에 고소하고도 남음이 있을 문제가 맞다 하겠습니다. 새벽 1시 전에 나아지면 좋겠는데. 어째 저녁때 눈이 오다가 말더라니, 두통이 찾아올 징조였는가? 하고- 중얼대 보아야, 나아지지도 않는 것을. 누가 좀 기절시켜줄 사람이나 있으면...이란 극단적인 생각이 들정도로 오늘따라 두통이 매우 지독하네요
최악의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