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봤습니다. 원작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입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25년 동안 일한 '태양제지'의 기술자로 있었다가 실직당한 주인공 만수가 재취업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잠재적인 경쟁자 3명을 추려서 그들을 제거한다는 내용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전작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작중 내내 설치해 놓은 장치가 많더군요. '태양제지'와 대비되는 '문제지'라든지, 만수의 아버지가 월남전에 참전하고 노획한 북한제 권총이라든지, 만수의 충치라든지, 만수의 딸 리원의 첼로 연주라든지... 그냥 지나가면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복습'을 하고 다시 보면 눈에 더 와닿는 게 있을 겁니다.
인상깊은 장면 하나만 꼽자면, 만수가 첫번째 '경쟁자'인 범모와 대면하는 장면인데, 여기서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삽입곡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범모가 음악을 너무 크게 틀어놔서 둘의 대화가 자막으로 나오고, 그것도 둘은 서로 오해를 하는데다가 대화의 주제가 서로 엇나가는 장면이 웃기면서도 진지합니다.
보는 내내 '역시 박찬욱'이라는 평가를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