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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능력자가 수상하다!] 111화 - 초조한 시선(1)

시어하트어택 2025.07.23 06:53:18
운동복을 입은 메이링이, 키릴로를 보고 아는 척을 하자, 키릴로는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변호사님, 그렇게까지 아는 척은 안 해도 돼요! 그리고, 이것도 근무라고요. 왜 이런 식으로 근무를 하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키릴로는 불만이 얼굴에 조금 배어 있기는 해도, 무언가를 반드시 끝마치겠다는 듯한 표정이다. 그걸 보고서, 메이링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며 말한다.
“아, 마침 말 잘하셨네요, 키릴로 실장님. 살만 씨가 의외로 좋은 정보를 가져다줬는데, 보실래요?”
“에이, 살만 그 사람, 허탕만 치는 건 아닌가 몰라요.”
하지만 키릴로는 메이링이 뭘 말할지 알고서 그렇게 선수를 친다. 살만에게 질투심이라도 든 건지지, 키릴로는 퉁명스럽게 말한다.
“하려면 제가 저번에 보여드린 그 조직도에 나오는 강사들이나, 아니면 장로들의 위장회사를 털어버리면 되는데, 굳이 그런 지엽적인 거나 파면 뭐가 나오는지 몰라요.”
“오, 실장님, 설마 질투하는 건 아니겠죠?”
“질투라니요!”
키릴로는 메이링이 자신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 같은 그 말에 황급히 손을 내젓는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데 그런 게 있겠나요! 다만 저는, 살만이 하는 일이 너무 지엽적인 데만 집착하는 게 아닌가 해서 걱정을 한 거라고요!”
하지만 키릴로의 말과는 달리, 손모양과 표정은 전혀 ‘순수한 걱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메이링도 그걸 알고는 웃으며 말한다.
“실장님의 표정은 전혀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데요?”
“아, 아니에요, 전혀! 그냥 제 의견을 말했을 뿐이에요. 그걸 질투라고 하면 안 되죠!”
그리고서, 키릴로는 노트북을 하나 더 옆에 놓고서 말한다.
“저 이제 업무 시작합니다. 변호사님도 오늘 하루 수고하세요.”
그 모습을 보고서 피식 웃더니, 메이링은 서가 몇 개를 지나 열람실의 복도로 향한다. 어느새 정수기 앞에 도착한 메이링은, 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예, 타미 씨죠?”
“네, 접니다.”
저번 주에도 메이링과 전화했던 타미다. 타미는 메이링에게서 전화가 온 게 불만스러운 듯하다.
“그런데요, 변호사님...”
전화 너머의 타미는 볼멘소리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저 오늘 TCL 대회 일정이 있는데, 정말 이렇게 전화를 주시면 어떡해요!”
“타미 씨, 타미 씨를 알고 있으니까 제가 전화를 드리는 거죠.”
“저는 오늘 변호사님을 볼 일이 없을 텐데요. 그리고 TCL은 제게 중요하다고요. 변호사님 말 신경 쓰다가 대회 망치면 책임질 건가요?”
“어...”
메이링은 잠깐 망설이는 듯 보이더니, 이내 무언가 좋은 수가 생각난 모양인지, 다시 입을 연다.
“타미 씨, 그 사람을 잡고 안 잡고는 타미 씨 마음인데, 만약에 그 경기장에서 사고라도 치면 타미 씨의 경기도 망치게 되는 거예요. 그 사람, 저번 주에 경기했던 피티피의 팬으로 추정되는 건 알죠?”
“알고는 있는데요...”
타미는 역시나 또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것도 꽤나 강한 어조다.
“이 경기는 중요하거든요... 알잖아요. 피티피는 제 최대 라이벌인 거요!”

한편 그 시간.
서언은 아버지의 차를 빌려 타고서, 미린구에서 10km 정도 떨어진 ‘나탄구’에 있는 인영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조수석에는 언주가, 뒷자리에는 민이 앉아 있다.
“에이, 아침부터 왜 형네 집에 가라는 건지 몰라.”
뒷자리에서 민이 투덜거리자 서언이 말한다.
“그야, 삼촌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니까 그러지! 잘 알잖아?”
“아니, 그건 아는데...”
“나는 아침 5시 반부터 일어나서,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차도 닦고 충전까지 해서 나왔다고! 나도 어디 이러고 싶겠어?”
서언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앞을 본다. 역시,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큰 도로는 한산하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라면 막힘없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인영의 집에 도착한 건 8시 25분. 평소 같았으면 지하철로는 40여 분, 자동차를 타면 1시간 가까이 걸릴 만한 거리다.
어느새 다른 곳보다는 약간 지대가 높은, 어느 한적한 주택가에 도착한다. 확실히 이곳 역시 마리나 센터 근처의 빌라촌처럼 3~4층 정도 되는 빌라들이 늘어서 있는, ‘좀 살만한 동네’라는 인상이 강하게 드는 곳이다. 한쪽에 있는, 주차장 쪽 외벽이 많이 훼손된 몇몇 집을 제외하자면 말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인영의 집도 있다.
“오, 삼촌네 집, 어떤 녀석이 저런 거지...”
“뭐, 차가 뭔가에 먹혀 버리다시피 했다고 하니.”
서언과 언주는 인영의 집 앞에 있는 그 사건의 흔적을 둘러보며 그렇게 서로 말을 주고받는다. 민 역시 말은 없지만, 그 광경에 조금은 놀랐는지,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지켜볼 뿐이다.
잠시 뒤, 집의 현관에서 누군가 나온다.
“어, 삼촌! 출근도 안 하고!”
“너희들 기다리느라 집에 있었지.”
현관에서 나온 인영은 평소에 보던 정장 입은 모습과는 달리, 간단한 평상복을 입은 모습이다. 사실 인영 역시도 지금의 상황을 조금은 귀찮게 여기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이렇게 찾아왔으니, 인영은 민과 서언, 언주를 집 안으로 들인다. 서언과 언주는 물론이고, 민 역시도 인영의 집에는 오랜만에 와 보는 것이라,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인영이 손짓을 하자, 거실에 있는 소파로 와서 앉는다. 인영은 곧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가져온다. 어제 퇴근하던 중 주차장에서 주웠던, 그 이상할 정도로 반반한 금속조각이다.
“이런 말부터 해서 미안한데 말이야, 혹시 여기까지 오는 길에 이런 것 본 적 있어?”
“어... 이게 뭔데요, 삼촌?”
언주가 그 금속조각을 보고 묻자, 인영이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민이 끼어든다.
“어, 나 이거 본 적 있어!”
“응? 무슨 말이지?”
인영이 민에게 묻자, 민은 곧바로 전에 지아의 인형이 어디선가에서 주워온 금속조각의 사진을 보여준다. 그 사진을 본 인영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며칠 전에, 친구들과 놀다가 카페거리 쪽에서 폭발음이 들렸는데, 거기서 주워온 거야.”
“응? 네가 이걸 그 폭발 현장에서 주워왔다고?”
“아니, 아니! 내가 주워 왔다는 게 아니라...”
“뭐, 그래. 어찌 됐든 좋아. 중요한 건 그 녀석이 여기저기서 이런 짓을 하고 다닌다는 걸 확인한 거니까. 여기를 봐봐. 그 녀석 때문에, 내가 집에 보안AI도 쫙 깔아 놨다고!”
인영은 그렇게 말하며 홀로그램 영상까지 켜서 보여준다. 집에 설치된 보안 시스템 현황인데, 한눈에 봐도 다른 집에 비해 촘촘하게 깔려 있다. 심지어 집뿐만 아니라, 집 앞의 도로에도 열 감지 센서 같은 게 깔린 게 보인다.
“삼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서언이 묻자, 인영은 바로 말한다.
“또 그런 녀석들이 안 나타날 거라는 보장은 없는데, 적어도 또 이런 일이 일어날 때를 대비할 수는 있거든! 내가 정말 생각 같아서는 내 손으로 꼭 잡고 싶은데, 에휴...”
“그런데 삼촌, 꼭 그렇게 삼촌이 직접 잡으려는 이유가 있어요?”
언주의 그 말에, 인영은 ‘무슨 그런 걸 다 묻느냐’는 듯 말한다.
“당연히 잡아야지! 큰마음 먹고 산 차야. 거기에다가 가족들과 추억을 쌓으려고 일부러 제조사에 주문해서 특별 사양으로 맞추기까지 했다고! 너희들 같으면 눈이 안 돌아가겠니?”
“하긴... 그러네요.”
서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 정도의 차를 부숴 버렸다면 저 같아도 안 미치고 펄쩍 뛰는 게 이상하죠.”
“그래, 혹시 이런 게 주변에서 보이면, 다들 나한테 알려줘. 어제 저녁에도 회사 주차장에서 주운 거라고!”
“어... 정말요?”
“그래. 여기저기 설치고 다니니까 정말 미칠 노릇이지!”
인영은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진정되지는 않은 모양인지, 한숨을 연거푸 내쉰다.
“그건 그렇고, 이제 또 말할 것 같으면 말이지...”
거기에 더해서, 인영은 또 말할 게 있는 모양이다. 민이 재빨리 말한다.
“뭔데? 나한테 또 이상한 이야기 하기야?”
“아니야, 아니야! 절대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은 안 해도 돼.”
인영은 민을 달래며, 마치 미리 준비해 온 듯,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너희들 혹시, 마레 한번 먹고 갈래?”
“아니, 마레를 이렇게도 만들다니?”
민과 서언, 언주가 동시에, 인영이 가져온 마레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얼린 마레에 스푼까지 얹어서 가져오니, 과연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해진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인영의 집앞.
한 사람이, 인영이 민과 서언, 언주를 배웅하면서, 그 반질반질한 금속조각을 만지작거리는 장면을 몰래 지켜본다. 얼핏 보면 그냥 동네에 흔한 산책하는 사람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리저리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고, 거기에다가 자꾸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하고, 손까지 쥐었다 폈다 하는 게, 영락없는 ‘수상한 사람’ 같아 보인다. 주위에 다른 사람들은 거의 지나다니지 않아서 그의 행동을 보는 사람은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에이, 큰일 나는 줄 알았네! 조심해야 할 게 하나가 아니라니까!”
그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 주위에 떨어진 돌멩이 같은 것들을 그 자리에서 황급히 주워 담고는,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약 10여 분 정도를 걸어, 그는 자기 집에 다다른다. 그의 집은 인영의 집보다 조금 더 큰데, 마당에 수영장이 딸려 있고, 심지어 분수까지 있다. 현관으로 들어서니, 사람 몸집만 한 개 2마리가 그를 반겨준다.
“미로, 마놀라! 나 없는 동안 집에 별일 없었지?”
그 말에 화답하듯, 미로, 마놀라라는 이름의 개들은 마구 뛰어오르며, 그를 반갑게 맞아준다. 개들의 환영을 받고서 자기 방으로 들어간 그는, 자기 방 한쪽에 있는 금고처럼 생긴 상자 앞으로 간다. 그 상자의 비밀번호를 누르고는, 그 안에 아까 만지작거리던 그 돌멩이같이 생긴 금속조각을 넣는다. 그것 외에도, 상자 안에는 마치 바다에서 주운 고운 돌멩이 같은 금속조각들이 가득하다. 색깔도 다양한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돌멩이들에 색칠 놀이를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헤에- 이런 거, 누가 보면 안 되는데. 내 보물이라고, 보물.”
그는 상자를 닫고서 중얼거린다.
“아무도 알면 안 된다고. 그리고 내 생활도 그렇고.”
자기 방의 문을 닫으려는 그때, 누군가 그의 방문을 두드린다. 열어보니, 중년의 남자다.
“어, 아빠...”
“오늘도 의미 없이 밖에만 돌아다니고 올 거니? 회사를 이어받을 네가 그렇게 놀기만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할 거야? 하다못해 아빠를 따라가서 회사 일을 배우려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게 아니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