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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한자를 쓰면 의미가 위험해지는 일본어 단어

마드리갈 2024.10.03 16:59:44
일본에서는 전후(戦後)에 미군정(GHQ) 주도로 대규모의 문자개혁이 일어나서 상용한자(常用漢字)로 지정된 1945자 이외의 것은 사용을 극력 줄이게 되었고 그 의외의 것을 사용할 경우 한자의 발음을 히라가나라로 표현하는 경우도 흔해요. 이를테면 도쿄도 관할의 태평양도서를 가리키는 말인 도쿄도도서부(東京都島嶼部)를 표기할 경우 도서부(島嶼部)의 서(嶼)가 히라가나로 쓰일 경우도 있어요. 이 경우 도쿄도도서부의 한자표기는 東京都島しょ部라는 한자와 히라가나가 혼재되어 다소 이상하죠. 이건 심지어 공문서에서도 두 방식이 혼용되고 있어요.

또한 상용한자라도 획수가 많은 것은 간략화된 약자(略字)가 대세적으로 쓰이게 되었어요. 이러한 약자를 신자체(新字体)라고 하고, 그 약자의 원형이 되는 본자(本字)를 구자체(旧字体)라고 해요. 단 구자체라도 인명지명에 쓰이는 경우라면 구자체를 그대로 쓰는 게 정석. 그래서 어떤 한자를 신자체로 쓰는가 구자체로 쓰는가에 따라 세대를 구분할 수 있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여러 창작물에서 나타나는 트릭이 되기도 해요. 명탐정 코난(名探偵コナン)에도 그런 트릭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러면 이제 제목에 나온 위험한 단어에 대해서.
세계적인 자동차생산대국임은 물론 세계 자동차문화의 주축을 차지하는 일본인만큼 자동차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과거보다는 그 위세가 줄기도 했지만요. 그 중 옛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동호회를 가리키는 말로 구차회(旧車会, 큐샤카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그런데 올드카 동호회라는 이 뜻을 가진 단어의 한자를 옛 것으로 바꾸어서 旧車會라고 쓰면 위험해져요. 이런 표기는 옛날 자동차를 사들여서 폭주에 사용하는 불량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니까요. 주로 폭주족들이 그런 식으로 옛 한자를 써서 자칭하던 것이 결국 이렇게 사회적으로 정착해서 의미가 분화해 버린 결과가 바로 예의 현상이기도 해요.

같은 한자인데도 신자체로 쓰면 통상적인 의미인 반면 구자체로 표기되면 기피되는 대상을 지칭하는 말이 되는 것도 참 기묘하네요. 게다가 폭주족은 폭력단과 일단 다르기는 하지만 폭주족의 구성원들이 각종 폭력단으로 흘러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위험하니 폭주족에 대한 사회적인 기피풍조 또한 이렇게 강하다는 게 드러나고 있어요. 또한 여기에서도 언어오염이 일어나서, 올드카 애호가의 모임이라는 자체만으로 폭주족으로 오인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