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포닉 월드 프로젝트는 "또 하나의 현실세계" 를 표방하는 대체역사프로젝트로 시작해서 이제는 태양계가 속한 은하의 다른 쪽 팔에 있는 다른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평행세계 콘월딩(Conworlding) 프로젝트로 발전해 있어요. 여기에 등장하는 요소는 현실세계의 것을 모티브로 해서 그것들이 그대로 반영되기도 하고 변형되거나 뒤집히거나 하는 등의 가공을 거치거나 하는데, 그것 말고도 자의적으로 만들었는데 의외로 현실세계에 있던 것이 좀 있어요. 이번에는 이것들을 간단하게 다루어 볼께요.
1. 폴리포닉 월드의 일본에 정착한 1270mm 궤간
현실세계의 일본의 철도규격 중 2줄의 레일 안쪽의 최단거리인 궤간(軌間, Track Gauge)은 JR의 재래선 및 여러 사설철도의 경우 대체로 케이프궤간(Cape Gauge)인 1067mm, 신칸센, JR동일본의 재래선 일부 및 몇몇 사설철도의 경우 표준궤인 1435mm, 케이오전철(京王電鉄) 등의 극소수 철도운영주체의 경우 1372mm로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 궤간은 영국단위인 인치(=25.4mm) 및 피트(=12인치=304.8mm)로 된 것을 미터법으로 환산한 것인데다 그렇게 바꾸어 보면 정수로 표시되지 않아서 반올림한 값이 통용되어요. 즉 정확히 계산해 보면 1067mm는 3피트 6인치니까 1066.8mm, 1372mm는 4피트 6인치니까 1371.6mm, 1435mm는 4피트 8과 1/2인치니까 1435.1mm인 것을 사사오입해서 쓰는 것인데...
폴리포닉 월드의 일본에서는 재래선에 1270mm 궤간이 채용되어 있어요. 이것은 영국단위로는 50인치=4피트 2인치. 이 경우 소수점은 아예 발생하지 않아요. 게다가 미터법으로 나타낸 값도 매우 깔끔한데다 cm로 환산하면 127cm가 되어 아예 군더더기가 없죠. 또한, 이전에 쓴 글인
철도의 궤간과 속도의 상호관계와 파생된 설정에서 나왔듯이 영업속도 150km/h가 문제없는 것이 수학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증명되기 마련이예요. 그리고 이 규격은 현실세계의 케이프궤간을 대체하는 것이니까 현실세계에서 남아프리카를 위시한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각국에 보급된 그것은 폴리포닉 월드에서는 역시 1270mm로 바뀌었고 뉴프러시아 남서아프리카영토에서도 이 궤간이 정착되었어요.
그러면, 예의 1270mm 궤간은 존재했을까요?
사실 있었어요. 일본에는 도입된 바가 없고 철도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19세기 전반에 잉글랜드(England) 및 웨일즈(Wales)에서 만들어졌던 적이 있어요. 현재도 운영중인 웨일즈의 럼니철도(Rumney Railway)가 현재는 표준궤이지만 1825년 개업 때부터 1850년대 이전까지는 예의 1270mm 궤간이었어요. 저는 그런 철도들의 존재를 모른 채 미터법과 영국단위계 호환의 이점과 철도차량의 영업속도에 대한 수학적인 분석을 이용해서 이 설정을 만들어낸 것이었으나 2세기 전의 영국인들이 이런 물리적 규격을 만들기도 했어요.
2. 요코스카와 도쿄를 오가는 엘리트 학생
현재 4화까지 공개중인
코마키 린 시리즈의 주인공 코마키 린(小牧凛)의 근거지는 일본의 카나가와현 요코스카시(神奈川県横須賀市). 그리고 일본내에서 대학을 다닐 때에는 도쿄대학(東京大学, University of Tokyo)을 다녔어요. 그리고 그녀의 여동생들도 같은 패턴으로 요코스카를 거점으로 하면서 자동차나 특급열차로 통학하고 있어요.
이게 뭐가 대단하다 싶겠지만, 요코스카와 도쿄의 거리는 JR동일본의 요코스카역과 도쿄역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62.4km(=38.8마일)의 장거리인데다 철도로의 소요시간은 75분 내외. 게다가 도쿄 23구 내부의 이동 등의 제반요소를 생각해 보면 2시간은 잡아야 하는 만만치 않은 통학로인데 이렇게 하고 있어요.
놀랍게도, 1930년대까지의 일본해군(日本海軍)의 사관생도 및 간부들도 이런 식으로 두 도시를 오갔다고 해요. 코마키 린 및 그녀의 여동생들과는 정반대로 도쿄를 거점으로 하면서 해군본부가 있는 요코스카로 가는 패턴이었지만요. 이것 또한 요코스카의 위치 및 지형을 고려한 설정이었지 과거의 사실을 토대로 한 게 아니었는데 실제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게 흥미롭게 보여요.
3. 뉴얼스터(New Ulster)
최근 영국 및 아일랜드 관련 설정에서 구상한 것이 바로 뉴얼스터.
영국과 아일랜드의 대립은 영국의 아일랜드에 대한 혹독한 식민통치 및 구교도와 신교도의 대립문제. 그래서 영국령으로 잔존한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의 경우 역내 다수인 신교도들은 영국 잔존을 희망하는 한편 역내 소수인 구교도들은 이에 반발하는 일이 끊임없었어요. 특히 아일랜드 섬 북부의 얼스터는 9개의 지역으로 소분류되지만 3개가 아일랜드로 귀속된 한편 6개가 영국으로 남은 등 여러모로 입장이 첨예한데다 양쪽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입장에 있으니 여러모로 꼬여 있어요.
2024년의 연간프로젝트로 현재 13편까지 공개된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 시리즈에서는 작은 섬이 설명의 편의를 위해 크게 그려지는 등 실제 지도의 축척을 무시하는 경우도 흔히 있어요. 그 점에 착안해서 폴리포닉 월드에서는 어떤 섬들이 거대해지는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이것을 이용해서 만들고 있는 게 섬 거대화 설정. 대체로 일본열도(日本列島, Japanese Archipelago), 그레이트브리튼(Great Britain), 세인트헬레나-어센션-트리스탄다쿠냐제도(Saint Helena, Ascension and Tristan da Cunha) 및 포클랜드제도(Falkland Islands) 등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 중 면적이 4배로 늘어나는 포클랜드제도의 북부가 폴리포닉 월드에서의 북아일랜드 문제의 해결책이 된 것이죠.
즉, 폴리포닉 월드에서 영국과 아일랜드는 완전히 분리되었어요.
그리고 영국의 국호도 현실세계에서는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인 것이 폴리포닉 월드에서는 아일랜드의 전토가 1922년에 출범한 신생 아일랜드공화국으로 이관되니까 국호 또한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Southern Islands로 달라지고, 남반구의 포클랜드제도의 동쪽 섬인 이스트포클랜드(East Falkland)는 북부가 뉴얼스터(New Ulster)로 그리고 남부가 라포니아(Lafonia)로 재편된다는 것이 폴리포닉 월드에서의 발전상인 것인데...
뉴얼스터라는 남반구 식민지 구상이 정말 있었어요.
비록 포클랜드제도는 아니고 1846년에 뉴질랜드의 북섬(North Island)에 설치되어 1853년까지 존속한 뉴얼스터 프로빈스(New Ulster Province)라는 게 있었어요. 이건 이달 들어서 알게 된 것.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영어식으로 통용되는 북아일랜드의 지명은 게일어로 바뀌었고 그것들은 뉴얼스터 각지의 지명으로 폴리포닉 월드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여러 자료를 토대로 설정했던 것과 비슷한 것이 미처 찾아보지 못했던 다른 자료를 통해 현실세계에도 있었음이 드러나니까 여러모로 신기하고 놀랍기 그지없어요. 역시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