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에 쓴 글인 
"야이 소련놈아" 라는 욕설이 있었던 시대를 6년도 넘은 시점에 재소환할만한 일이 생겼습니다. 국내 좌파인사들이 러시아의 정보기관인 연방보안청(Федеральная служба безопасности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FSB) 및 대외정보청(Служба внешней разведки, SVR)에서 투입한 자금으로 운영중인 온라인 매체에 한미동맹 및 윤석열 정부의 대미정책 등을 비방하는 글을 기고하는 것이 드러나서 그렇습니다. 
이 기사를 보시면 사건의 전말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입니다.
일단 정보기관(情報機関, Intelligence Agency)이 어떤 일을 담당하는지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정보기관은 국익수호를 위해 온갖 더러운 일이라도 도맡아 하는 정부조직입니다. 정보를 훔치거나, 적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속이거나, 간첩을 파견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추적하여 죽이거나 배반시키거나, 위험한 인물이나 시설에 대해서 무력공격을 하거나 등의 온갖 무서운 일이 바로 정보기관의 업무. 미국의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CIA), 연방수사국(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FBI) 및 국가안전보장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이라든지, 007 영화를 통해 MI6이라는 약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영국의 비밀정보부(Secret Intelligence Service, SIS)나 기발한 전술로 중동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는 이스라엘의 모사드(המוסד למודיעין ולתפקידים מיוחדים, Mossad) 같은 것들이 유명한 정보기관입니다. 게다가 이미 소련시대의 정보기관으로 악명높았던 소련국가보안위원회(Комитет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й безопасности, KGB)는 소련 해체후 여러 정보기관으로 분할된 이후 재편을 거쳐 상당부분이 오늘날의 FSB로 계승된 것입니다. 그리고 같이 거명된 SVR은 소련의 대외정보기관으로 체카(ЧК)로 약칭되는 반혁명 사보타쥬 단속 전러시아 비상위원회(Всероссийская чрезвычайная комиссия)로까지 기원이 소급되는 소련 지배체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미동맹을 비판하든 윤석열 정부의 여러 단면을 비판하든 말든 간에 그들은 비판자의 자유니까 그것까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저는 비판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봉쇄되는 상황이야말로 위험하다고 보는 편이기도 하니까 원론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왜 유독 소련의 폭압체제에서 기원하는 러시아의 정보기관이 투자하는 온라인 언론에서 하는지는 아무래도 의심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이용할 수 있는 외신은 얼마든지 있는데 하필이면 왜 러시아의, 그것도 러시아의 정보기관의 산하에 있는 곳을 골라서 기고의 장으로 삼았는지를 의심하지 말라면 그게 더 이상할 것입니다. 특히 요즘의 러시아의 행보 및 국내 진보세력의 우크라이나 비난 및 러시아 두둔 등을 보면 역시 옛 욕설을 재소환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고위 관료들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사실상 협박하는 용도로 썼던 음수사원(飲水思源)이라는 한자숙어가 있습니다. 즉 물을 마시면 그 근원이 어디인지 생각하라는 말인데, 그 말을 그대로 적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그런 매체를 골랐던 사람들이 "야이 소련놈아" 라는 욕설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보장만큼은 못하겠군요.
그러고 보니 1990년대 후반에 극좌 운동권 테러조직인 한총련이 온갖 만행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자 외국 공산주의자들에게 한국을 규탄해 달라고 호소한 적도 있었고, 온갖 사안에 만기친람하기 좋아하던 진보세력들이 이번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국호가 북한으로 잘못 불린 것에 대해서도 유독 조용한 것도 왜 그런지 이유가 짐작됩니다. "정통성 없는 나라" 의 이름 따위는 불려서 가치없고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