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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재즈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Lester 2024.05.01 23:44:42

같이 보드게임을 오래 했던 지인이 국산 MMORPG "마비노기"의 OST를 재즈 풍으로 편곡해서 연주하는 콘서트에 같이 가자고 해서 오늘 다녀왔습니다. 예매는 그 지인에게 선입금해서 처리했기에 몸만 다녀오면 됐죠. 다만 연주회장이 마곡나루역에 있는 LG아트센터라서 멀리 다녀오느라 좀 힘들었습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MMORPG와는 인연이 없다보니, "마비노기"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플레이해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국산 MMORPG가 대체로 엄청난 현금과 시간의 투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악명은 차치하더라도, 일정 레벨까지 성장하지 않으면 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RPG는 저와 상성이 영 안 맞거든요. 그러니 그 지인이 연주곡 리스트라고 보내줘도 모르는 노래 투성이였습니다. 들어봤다 하는 노래도 앞부분만 익숙할 뿐이지 끝까지 들어본 적은 없어서 막막했고요. 그래도 한 곡은 딱 제 취향이라 여러 번 들었습니다. 게임 내 던전 중 '시드 피나하'의 테마 "물그림자가 감추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습복습(?)을 철저히 하고 콘서트를 관람했습니다만... 원곡을 그새 다 까먹은데다 재즈풍 편곡의 영향이 너무 강해서 원곡과 연관짓기가 힘들더라고요. OST에서는 발랄한 음정이 금관악기 특유의 굵고 우렁찬 소리로 나오니 영 안 와닿을 수밖에요. 그래서 지인은 별로였다며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오케스트라나 재즈풍 편곡 공연이 또 있으면 재고해 봐야겠다고 할 정도였죠. 게다가 이번이 마비노기 20주년이었는데 15주년 오케스트라 영상을 찾아보니까 '보컬이 별로다' '원곡의 맛이 살지 않는다' 같은 평이 많기도 했고...


그래도 저는 원곡을 까먹은 덕분인지 재즈가 취향이라 그런지 제법 만족했습니다. 재즈는 항상 옳으니까요. 물론 원곡을 재즈풍으로 편곡하면 원곡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재즈라는 장르가 주는 독특한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힐링게임으로 유명한 "동물의 숲 시리즈"의 경우 대다수의 음악이 차분해서 좋고, K.K.하우스의 경우 (인게임 소리를 그대로 받아적은) "나비보벳따우"라는 인터넷 밈으로 엄청나게 유명했죠. 그 게임의 음악 중 일부를 재즈풍으로 편곡해서 (요들송으로 유명한) 조매력이라는 유튜버의 대회(?)에 참가한 어느 팀의 영상입니다.



작년 말에 봤던 (재즈 만화인) "블루 자이언트" 극장판도 좀 더 집중하고 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쉽네요. 물론 노래(유명 OST 플레이리스트)는 유튜브에서 얼마든지 찾아서 들을 수 있으니까 상관없지만요. 원작 만화도 대단하지만 극장판은 유명 재즈 연주자들에게 의뢰해서 연주하는 것은 물론 모션 캡처까지 진행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뭐 그래서 요약하자면, 재즈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