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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ved hope_4. The most of perfect clone

블랙홀군 2013.08.03 23:36:24

"노력도 안 하는 주제에, 어떤 것을 얻으려고 하는건지? " -베르=빈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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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공부하기 싫다... "

"아서라 아서. 너 이번에도 모의고사 등급 안 오르면 어떡하려고 그래? "

"몰라- 그냥 재수해버릴까? 아니면 취업? "

"너 진로를 너무 막 결정하는데... 너같은 마인드로 공부하면 재수해봤자 제자리걸음일걸? "

"쳇. 하지만 공부는 정말로 싫은걸- "

"옆 학교 명한이가 공부 잘 하는 여자를 이상형으로 꼽는다는데도 싫더냐? "

"뭣? "


이명한. 옆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지만 타는 버스가 같은 번호라 가끔 만나곤 한다. 

그렇게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내 눈에는 멋있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야자 끝나고 집에 갈 때도 옆 학교 애들하고 맞춰서 가곤 했다. 


하지만... 


"아으으으- "


문제집을 단 1초만 들여다봐도 두드러기가 올라올 것 같단 말야. 


"으으... 복제인간같은 거 있었으면 좋겠다... "


그러고보니 요즘 애들 사이에서는 소원을 들어주는 사이트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있었다. 

사이트의 주인인 베르=빈덴은 사이트 방명록에 남겨둔 소원을 이뤄준다. 


"여보세요? 응, 나 정연이- 너 혹시, 소원 들어준다는 사이트 주소 알아? 응... 응, 알았어- 고마워~ "


전화를 끊은 나는 친구에게서 사이트 주소가 적힌 문자를 받았다. 

흐흐, 그런데 이런 소원도 들어주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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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이란... 쯧. "


방명록에 올라온 소원이 황당했는지 모니터를 보던 그녀는 마시던 코코아를 풋, 뿜었다.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뭘 얻겠다고 그러는건지... 휴우- "


한숨을 푹, 쉰 그녀는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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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야자를 끝내고 가는 길. 

여느때처럼 교문을 나서다가 낯선 여자를 발견했다. 

누가 인형이라도 사다 놨나? 하지만 이렇게 큰 인형은 없을텐데? 


"얘, 연희야. 저 사람 되게 귀엽게 생겼다. "

"어머, 그러게... 아이돌 가수 같아. "

"으아아- 오늘도 빨리 들어가야지... "

"그래, 너도 얼른 들어가. "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다가왔다. 

아까 만났던 여자였다. 


"여기 있었군. "

"??"

"네가 의뢰인이지? 복제인간... "

"아아, 네... 혹시 베르=빈덴씨...? "

"응. "

"와, 정말 오셨군요- "

"...... 정확히 네 소원이 뭐지? "


그녀는 선명하게 붉은 눈으로 이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공부도 학교 다니는것도 전부 귀찮아요... 복제인간이 제 대신 공부해줬으면 좋겠어요. "

"그게 전부? "

"네. "

"좋아...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 "

"조...건? "

"네 소원은 이루어졌어. 네 복제인간은 이미 생겼고. 하지만 복제인간에게 너무 과한 일을 시키면 안돼. "

"그게 전부인가요? "

"응. "

"알겠습니다. "


야호! 소원이 이루어졌다. 

그럼 내일부터 공부는 복제에게 시키고, 난 좀 쉬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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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빈덴에게서 받은 복제인간을 클론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클론에게 학교에 갈 것과 내 대신 공부를 할 것을 지시한 나는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너 이녀석! 수업시간에 뭐 하는거야! "


아차차, 조심히 돌아다닐걸! 하필이면 교감선생님꼐 걸릴 건 뭐람. 

그런데 선생님이 호통을 친 쪽은, 내가 아닌 다른 학생이었다. 


"저, 학생회라서... 오늘 학교 행사가 있다고 준비하라셔서요. "

"아, 그래? 흠흠... 알겠다. "


어? 내가 안 보이는거야? 

신난다! 그럼 여기 있을 게 아니라 어디 놀러갈까? 

명한이가 있는 옆 학교로 가서 명한이를 실컷 볼까? 


공부는 클론이 내 대신 다해줄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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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부터인가 늦잠을 자도 엄마가 나를 깨우러 오지 않는다. 

뭐, 사실 상관은 없다. 클론이 내 대신 학교에 가고, 공부를 하고, 숙제를 하고 있으니까. 

느긋하게 일어나서 느긋하게 나가면 그만이다. 


어느덧 이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클론에게 기르는 개의 목욕과 밥주기도 부탁했다. 

나보다도 잘 돌보잖아? 앞으로 강아지는 내가 돌보지 않아도 돼! 

베르=빈덴씨는 클론에게 많은 것을 시키지 말라고 했지만, 이건 결코 많은 게 아니다. 

엄마의 집안일에 비하면 극히 일부니까, 엄마도 가끔 도와드리고 용돈도 좀 타달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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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몸이 투명해졌다. 

클론에게 있었던 각인이 내 손등에 새겨졌다. 

엄마는 나를 깨우러 오지도 않고 아침도 차려주지 않는다. 

어째서지? 


학교에 있어도, 내 친구들은 나를 보지 않는다. 

내가 아닌 클론에게 말을 걸어주고 있다. 

어딜 보는거야, 그 쪽은 클론이라니까? 


"결국 이렇게까지 와버렸나... "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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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거죠? 제가 왜......? "

"내가 얘기했잖아. 너무 과한 일을 시키지 말라고... "

"학교에 나가고 개를 돌보고 엄마를 거들어드리는 게 과한 일이라고요? 어째서? "

"학교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하지. 그리고 너,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거 아니잖아?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것도 하나의 일이지... 네가 공부만을 지시했다면 넌 적어도 이렇게까지는 돼지 않았을거야. 클론-아니, 이제는 그 쪽이 오리지널인가-은 클론인 채로 있었겠지. "

"지, 지금이라도 어떻게 안 될까요? "

"늦었어. 이미 너라는 아이덴티티는 오리지널쪽에 완전히 빼앗겼다고. 너와 오리지널, 두 측에서 각각 자신의 아이텐티티를 주장했을 때 사람들은 어느 쪽의 편을 들어줄까? 아이덴티티가 사라질 때의 징후를 알아차리지 못 했니? "

"징후......? "

"날 만난 다음날. "


그러고보니 교감 선생님, 내가 분명히 거기에 있었는데도 날 알아보지 못했다. 

그 때부터 나라는 존재는 아이덴티티를 잃어갔다는걸까... 


"그, 그럼 이제 전... "

"괜찮아. 너도 누군가의 클론이 돼서 다른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뻇으면 돼. "

"그... 그렇게 할 수 없다면요? "

"그럼, 사라지면 돼. 시간이 얼마 없을텐데 괜찮겠니? "

"...... "


아, 나도 이대로 끝인걸까...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내 친구들도...... 

나를 기억은 할까. 아니, 클론을 기억하려나. 


나는 클론인가, 오리지널인가...? 

분명히 나는 오리지널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