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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일본어 항의문구

SiteOwner 2023.07.03 20:56:40

이미 오래전에 쓴 글 두 편이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첫째 글은 2015년의 운주주판과 시네마현, 그리고 그 후일담 제하의 글이고 둘째 글은 20년 전의 국내사정과 현재의 북한사정이 묘하게 닮은 것 제하의 글. 여기에서 지적해 둔 문제점인 일본에 대해서는 틀려도 별로 문제삼지 않는 기조는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이 생각납니다.


바로 이것이 문제의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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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오염수 방류 살 빼’ 日 원정시위 간 진보당, 오역 피켓 들었다 (2023년 7월 3일 조선일보)


그렇습니다. 문장의 맨 끝이 야세테(瘦せて), 즉 살빼라는 소리입니다.

저 정당에는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거나 이럴 때만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가 봅니다. 사실 한국의 정당에 일본어 구사자가능자가 있어야 할 의무 따위는 없으니 그것으로 문제를 삼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일본어능력을 갖출 사람을 고용할 생각조차 안한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일본인에게 읽히게 만든 것이라면 발언자가 누구인지는 일본인에게 인식시켜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잘못 쓴 일본어피켓이 웃음거리가 되었던 21년 전에 있었던 해프닝 하나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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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악연과 우정 (2001년 4월 12일 동아일보)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든 저 피켓에는 "일본은 반성국물!" 이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당연히 저 연좌농성은 웃음거리로 전락했습니다.

또한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다음해인 2002년에는 일본의 웹사이트에서 횡행했던 각종 반일구호 중에 호론부(ホロン部)라는 것도 있어서 저 반성국물과 더불어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호론부란 "일본은 망한다(日本は滅ぶ)" 라는 문구를 쓰려다 "망한다" 라는 의미의 동사 "호로부(滅ぶ)" 를 잘못 써버린 것이 한자변환되어 나타난 결과로, 이후 혐일론자의 부활동같이 여겨지는 등 상당기간 유행했습니다.


이미 반성국물도 호론부도 사어가 되었지만, 엉터리 일본어 항의문구 덕분에 일본에 대한 무지에 무감각한 한국사회의 기조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이렇게 증명됩니다. 그리고 웃음거리는 또 공급됩니다.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