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일본을 잘 변하지 않는 국가라고 말하는 경우가 흔하죠.
그런데 그것은 반드시 정답인 건 아니예요. 넉넉하게 잡는다고 하더라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19세기 후반의 명치유신, 20세기 전반의 군국주의화, 20세기 후반의 고도성장 이후 플라자합의 체제로 인한 장기불황, 그리고 21세기의 일은포사건(日銀砲事件)과 동일본대지진 경험 이후의 부흥 등만 보더라도 일본이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은 드러나고 있어요.
일본의 고질적인 약점 중의 하나가 관광여행.
사실 일본여행은 상당히 쾌적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본사정에 밝고 자금사정이 좋다는 전제하에서만 성립해 있었어요. 특히 교통운임은 정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고가인 것이 사실이죠. 제1도시의 관문인 도쿄역과 제2도시의 관문인 오사카역을 잇는 교통비는 신칸센과 JR재래선을 이용할 경우에는 14,200엔의 비용으로 3시간 30분 이내에 도달가능하고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30,400엔을 써야 하죠. 야간고속버스로는 7,100엔에 가능하지만 소요시간이 거의 8시간. 비싸고 국토면적에 비해 이동거리가 징그럽다고 생각될 정도로 길고 그렇죠. 2010년대 후반부터는 영어가능자들도 많이 늘긴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언어의 장벽도 꽤나 높아요. 그래서 일본은 관광 관련에서는 국가의 위상에 비해 약체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그것이 무섭게 바뀌고 있어요.
특히 이 보도는 일본사정에 밝다고 자부하는 저조차도 꽤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여기에서 일본상공회의소(日本商工会議所)의 코바야시 켄(小林健, 1949년생) 회장이 언급한 것을 주목해 보도록 하죠.
"인적 교류의 확대도 중요한 테마인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해외에서 오신 방일 관광객 중 약 30%가 되는 206만 7000명이 한국에서 오셨다. 같은 기간 해외에서 한국을 방문하신 관광객 중 약 20%가 되는 48만 1000명이 일본에서 왔다."
기사에 나온 대로 통계를 확인해 보면 구체적인 양상이 드러나고 있어요.
우선은 일본정부관광청의 2023년 방일외국인 누계(
PDF 문서 바로가기, 일본어). 여기에는 1월에서 4월까지가 나와 있고 누계 6,739,500명으로 나와 있어요. 연말까지 이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2023년에는 20,218,500명이 방문하게 되는 것이죠. 그 중 한국인 방문자는 2,067,000명. 30.67%를 기록중이예요.
그 다음은 한국관광 데이터랩(
바로가기). 2023년 1월에서 4월까지의 방한외국인 누계는 2,603,028명이고 그 중 일본인 방문자는 481,920명으로 18.51%. 한류컨텐츠의 성공으로 한국이 세계적인 매력을 가진 국가로 부상한 것도 사실이지만, 경제규모가 월등히 큰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방문자수에서 언제나 열세였던 일본이 이제는 방문자수에서도 앞지르고 있어요.
그것뿐만일까요?
석유를 정제하는 방식으로 생산되는 항공유가 아닌 바이오매스의 화학처리나 일산화탄소와 수소의 합성 등으로 생성가능한 합성석유인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ustainable Aviation Fuel)에서는 일본이 영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국가로 변모해 있기도 해요. 2030년까지 일본과 영국이 SAF 최소사용비율 10%를 의무화하기로 했어요. 이것은 환경관련으로 유독 급진적인 성향을 보이는 유럽연합(EU)의 2030년 목표치인 최소 6%보다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특히 일본은 자국내의 항공사, 종합상사, 정유회사, 화학회사, 항공기제작사 등의 각계기업 물론 핀란드의 네스테(Neste)나 미국의 레이븐SR 등과 같은 이 분야의 선구자적인 기업들과 연계하는 등의 활동을 활발히 진행중이이기도 하죠. 지난 5월 16일에 포럼에 기고한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란? 사례편에 업데이트된 세계 SAF 동향을 보면 그 변화가 얼마나 극적인지가 잘 보여요. 그에 앞서
일본발 자원입국? 대규모 희토류광상 발견에 나와 있듯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 해저에서 대량의 그리고 고순도의 희토류광상을 발견하여 상업생산에의 준비를 다져가는가 하면 전국 각지의 쓰레기 최종처분장 등에 잠들어있는 물품에서 유용한 자원을 회수하는 도시광산 프로젝트를 국가프로젝트로 선언한 세계최초의 국가가 되어 있기도 해요.
이런 경향이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양적완화 덕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확실히 엔화가 싸진 건 틀림없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특히 오래전부터의 고질적인 문제인 관광지에서의 바가지상술 같은 것들은 국내여행의 생태계 자체를 철저히 파괴하고 있는 등 국내의 환경이 내국인 여행자들을 해외로 몰아내 버리는 등 우리나라의 상황은 안에서부터 부실화되고 있는 것이죠. 이렇다면 우리나라가 과거의 성공에 도취되어 스스로 약화되는 사이에 일본의 약진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아주 크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이것 말고도 더욱 많은 변화가 있긴 한데, 당장 일반소비자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관광 및 교통분야만 보더라도 어느새 드러난 괄목할만한 변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고 있어요.
교병필패(驕兵必敗), 즉 상대를 낮잡아보고 교만하게 전투에 임하면 반드시 지고 만다는 옛 격언애서 과연 우리나라는 예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