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언론사 버즈피드(BuzzFeed)가 뉴스부문을 창립 12년만에 폐업하고 잔여사업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이것에 대해서 조선일보의 분석기사가 있으니까 소개해 볼께요.
버즈피드의 문제점은 이렇게 요약 가능해요.
컨텐츠에서는 퀴즈식 뉴스와 온갖 낚시성 제목을 단 기사, 비즈니스 면에서는 소셜미디어의 뉴스유통 알고리즘 변경 및 경기침체 상황하에서의 기업의 온라인광고 감축이. 그런데 컨텐츠 면에서는 국내언론이 남 말 하듯이 버즈피드의 실패를 비웃을 수 없는데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선일보만 하더라도 퀴즈식 뉴스에 낚시성 제목이 넘쳐나는데 그래도 이게 버즈피드만의 문제일 수 있나요? 게다가 국내언론은 버즈피드보다도 더욱 큰 문제가 있어요.
국내 언론이 버즈피드보다 더 심각하지만 잘 깨닫지 못하는 것은 3가지로 요약가능하죠.
첫째, 의성어나 의태어를 남발한다든지 조롱하는 듯한 어조가 범람하는 이른바 판소리풍 화법.
둘째, 언어에서 주객이 전도된 행태.
셋째, 영상물에서 특히 잘 보이는 북한서체 사용.
판소리풍 화법은 이미 작년에 쓴 글인
판소리풍 화법만 절제해도 글의 품위는 올라간다에서 지적했어요. 걸핏하면 "쾅", "악", "펑", "탕" 이러니 앞으로는 "썅", "씹", "꽥" 같은 것들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어요. 사실 당장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이미 이런 생각이 기우(杞憂)가 아니라는 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기도 해요. 게다가 남의 불행을 희화화하는 못된 행태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어요.
국내 언론의 언어 주객전도가 어디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죠. 중국어 남발이라든지, 사이시옷을 안 쓰면 목숨이 위험한 듯 사이시옷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변태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터키가 국제연합(UN)에서의 국명 영어표기를 "튀르키예" 로 변경한 것을 마치 국호 자체를 전면적으로 바꾼 것같이 착각하는 못난 행태를 보이는데다 언어생활을 선도해야 하는 입장에 있으면서 "왕따", "신박하다", "역대급", "존맛탱" 등의 속어를 도입하여 오히려 언어생활의 타락에 일조하는 것이 모두 주객전도가 아니면 무엇이라는 것일까요.
북한서체 사용도 한마디 해야겠네요. 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유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 어쩌다가 북한서체를 안 쓰면 방송자막도 못 만드는 꼴이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국내 폰트개발사에 지불할 돈이 아깝다 보니 무료로 구할 수 있는 북한폰트로 비용절감을 하자는 것일까요?
미국의 VOA나 영국의 BBC의 한국어 페이지가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버즈피드는 시장의 외면을 받았지만 국내언론은 그렇지도 않네요. 역시 국어에 관심없는 나라니까 언론의 수준도 언중의 수준도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