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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법을 지켜서 사람을 죽였나?" 라는 의문

마드리갈 2022.12.12 01:00:00

지난달에 일본에서 이런 것이 있었죠.

일본의 형법에서 사형으로 규정된 방법은 사형수의 목을 밧줄로 묶어서 낙하시켜 그 충격으로 경추를 골절시키고 경동맥을 막아서 그 사형수를 죽게 만드는 교수형(絞首刑, Execution by hanging). 이것에 대해 오사카구치소에 수감중인 사형수 3명이 11월 29일에 국가에 대해 사형집행정지 및 3300만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제기했어요. 대리인인 변호사는 "일본의 사형제도의 현주소를 다시금 묻는다" 라고 소송의 취지를 밝혔어요.


관련보도는 이것.

「絞首刑は国際法違反」 死刑囚3人が執行差し止め求め提訴 大阪

("교수형은 국제법위반" 사형수 3명이 집행정지를 구하여 제소 오사카, 2022년 11월 29일 마이니치신문 기사, 일본어)


원고 3명은 모두 최소 10년 전에 사형확정된 사형수로 2명은 형사재판의 재심를 청구하고 있어요. 그들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공개된 정보로 대체로 누구인지는 추정할 수는 있어요. 오사카구치소에 수감된 사형수들의 죄목은 폭행살인, 여성들에 대한 연쇄강도살인, 독극물혼입 카레 사건,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 부부살해, 우익단체 간부 등을 습격하여 살해한 사건, 애견가들을 노린 연쇄살인, 연쇄강도살인 등이 있으니 이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수감중인 것만큼은 틀림없어요.


원고측의 주장은 이러해요. 일본은 국제인권규약을 비준한 나라로 비인도적인 형벌이나 자의적인 생명박탈을 금지하고 있는데 잔학한 형벌이나 고문을 금지한 일본국헌법 제36조에 교수형이 위배된다는 것이죠. 교수형은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게 하여 사형수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는 과거의 법의학 감정서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시하며 의학적으로 잘못되어 있다고 하며 호주의 법의학자의 소견을 인용하고 있기도 해요.

현재 사형을 유지하는 국가는 전세계에 55개국이 있고 그 중 대표적으로 미국과 일본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어요. 게다가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144개국이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제목에서 썼듯이, "당신들은 법을 지켜서 사람을 죽였나?" 라는 의문이 안 들 수가 없는 것이죠.

그렇게 국제법과 국내법을 원용하며 자신의 생명을 지킬려는 사람들이, 범죄 당시에는 그런 것이고 뭐고 없이 그냥 사람을 죽였죠. 그렇게 법을 어긴 무법자들이 이제 와서 법에 호소하며 법의 보호를 입에 담는다는 것이 참 기괴하지만, 그것 또한 법의 정신(L'esprit de lois)이겠죠.

그리고, 이렇게 입증된 게 있네요.

사람은 자신이 당하지 않은 입장에 있으면 쉽게 행동하죠. 그러나 자신이 당하는 상황에 대해서까지 반드시 그러리라고는 보장할 수 없다는 것. 이 소송의 의의를 굳이 찾는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