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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조금 공부했던 풍수에 대해서 조금

SiteOwner 2022.09.21 22:26:14
한때 풍수(風水)에 대해서 공부해 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대단한 것은 아니고,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의 최창조(崔昌祚) 교수가 펴낸 책을 몇 권 읽으면서 전국 각지를 여행할 때마다 지형을 보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정리한 것을 시초로 하는 것입니다. 최창조 교수에 대해서는 7년 전인 2015년에 월간조선에 나온 인터뷰를 참조해 보시면 되겠습니다(바로가기).

풍수에 대해서 늘어놓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입니다. 사람의 삶에 얼마나 쾌적한가, 그리고 이미 주어져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없거나 극히 제한적인 환경에서 얼마나 그 환경을 잘 이용할 것인가. 그래서 배산임수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온갖 개념이 등장하고 그러는 것입니다.
조금 흥미있게 본 것 중에서 도시혈(逃屍穴)이라는 게 있습니다. 묘를 썼는데 관곽이 감쪽같이 사라지거나 위치가 어긋나 있거나 할 경우 그러한 땅을 도시혈이라고 하고 매우 불길하게 여겨집니다. 사실 이 도시혈이 조상의 음덕과 후손의 길흉화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만, 이런 지형은 당연히 좋을 리가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면 도시혈은 지층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지 않고 모종의 이유로 미끄러져 버리는 현상이고 이것이 단층면이라면 큰 지진의 가능성이, 그렇지 않다면 산사태의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런 지형이 당장 그 일대를 생활거점으로 삼는 주민들의 안전을 언제든지 위협하기 마련이니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지역 사람들이 유순하고 어느 지역 사람들이 흉폭하고 등등 하는 말로 풍수가 중요하다 하는데, 글쎄요.
유순한 사람들이 많은 동네에도 간혹 살인사건 등이 일어나고, 몹시 평판이 나빴던 곳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난 것을 봤다 보니 그것들이 헛소리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1980년대 전반의 이야기인데, 지금은 고인이 되어 있는 친구가 살던 마을은 입구에 "범죄없는 마을" 이라고 써붙여 놓았을 정도로 매우 조용한 농촌이었습니다. 그런 말이 있었지요. 풍수가 좋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산신령 덕이라고. 그런데 수년 후에 지역주민이 벌인 강력범죄가 일어나서 뒤집어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풍수가 좋아서 운운 하는 말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풍수가 고작 사람의 힘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취약했던 것인가를 떠올리면서 풍수에서 익힌 것을 되새겨보니 결국 그것이었습니다. 자연이 인간을 결정한다지만 그것은 제한적이라고. 그리고 결국 상황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고, 그렇게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을.

결국 땅 탓을 하면서 인간의 결점을 감추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좋은 사람은 황무지를 옥토로 만듭니다.
나쁜 사람은 옥토를 황무지로 만듭니다.
그 차이는 결국 바람과 물의 흐름을 읽고 어떻게 생각하는가인 마음가짐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덴마크의 사상가 니콜라스 그룬트비(Nikolaj Frederik Severin Grundtvig, 1783-1872)가 척박한 북유럽의 땅에 세워졌던 덴마크를 세계적인 선진국이자 아름다운 나라로 개혁하게 되었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신과 이웃과 땅을 사랑하라" 라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