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연성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혼자만 담아둘 수는 없어서 여기에라도 올려 봅니다.
며칠 전에, 민원 일을 보던 중 어느 분이 방문을 했습니다. 해당 일을 처리하려면 서류가 구비되어야 하는데, 그 중에 미비된 게 몇 개 있어서 그 자리에서는 처리하기 힘들다고 하고 돌려보내려고 했죠. 그런데 갑자기 그 분이 목소리를 높여서는 '여기 문자메시지에 그런 서류가 없는데 왜 안 해주냐'라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법에 따라서 그런 서류는 다 받게 되어 있다고 해도 소용없었습니다. '어디 서류가 써 있느냐. 거기서 조회해서 다 하라' 그런 식으로 나오니, 저도 해당 법조문을 보여드리고 했지만 들은 척도 안 하니, 방도가 없었죠.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목소리만 높이고, 저는 설명을 함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른 직원들이 도와 주고 나서야 거기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그 사람은 심지어 공무원이었더군요. 지자체 소속의.
그 사건으로 인해서 몇 가지 생각해 본 게 있습니다.
우선 진상은 자기가 진상인 줄 모른다는 것. 제가 서류가 미비하다고 하는 시점에서 멈췄으면 그러려니 했을 겁니다. 거기서 자신에게 과실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해달라'라고만 했으니, 진상이 괜히 진상이 아닌 겁니다. 그리고 그 사람 자신도 공무원이었으면서 법령에 따른 업무 진행 대신에 소위 '빠른 길'을 요구했지요. 거기서 제 '공무원이나 공무원 출신은 비교적 예의바르고 관련 사항도 숙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고요. 또 제가 진상 같은 행위를 한 적은 없나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도 텔레마케터들이 업무 시간 중 전화를 걸어 오면 목소리부터 높였던 적이 있었다가, 언제부턴가 정중하게 전화를 끊게 되었으니까요.
휴가 중이라도 이렇게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짧게라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