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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뵙습니다.

YANA 2022.04.24 17:10:32

안녕하세요 YANA입니다. 봄날씨가 따뜻하네요.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까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먼저 얘기를 드리고, 그 뒤에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갑자기 돌아왔는지 적어보려 합니다.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은 이야기가 될 거 같네요.


마지막으로 글을 적은 뒤에, 저는 다른 교수님의 같은 강의에서 한 학기 더 조교를 했습니다. 학부생들이 절 많이 좋아해줘서 많이 감사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누군가를 가르치는 지식의 전달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같은 수업이어도 가르치는 방식이 다르셔서, 교수님마다의 성향이나 스타일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졸업이 2020년 5월이었던지라, 그 이후엔 졸업 프로젝트를 들었었죠. 한 학기 내내 4명이서 팀을 꾸려서 주제를 잡고 마이크로컨트롤러를 활용해서 작동하는 시제품까지 만든 뒤 학기 말에 시연을 하고 리포트를 쓰는 대형 프로젝트였죠. 봄방학 전에 저희는 모든 기능의 작동을 끝냈고, 이제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만 남은 상태였습니다만,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죠.


다들 아시겠지만, 코로나가 터진 겁니다. 3월 중순에 모든 수업이 재택으로 바뀌면서, 대면이 필수적인 시제품 제작 단계가 전면 취소되고 비대면 기능 시연으로만 바뀌었고, 제 팀원 중 2명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졸업식이 취소된 건 덤이고요. 덕분에 저는 고등학교 졸업식도 대학교 졸업식도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이 졸업식 때 꼭 와서 학교 구경을 하기로 했는데, 그 기회가 없어져서 많이 서운했던 기억이 납니다. 암튼 돌아와서, 당시 저는 기숙생인지라 방도 1인실로 옮기고, 달리 갈 데 없이 방에만 계속 있어야 됐어요. 당시 학교 주변의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은 닫은 상태였습니다. 뷔페식이었던 학교 식당은 배급 및 포장식으로 바뀌면서 메뉴도 많이 축소되어서 밥이 맛있는게 안 나왔던 날은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오래 있으니 많이 외로워서 힘들기도 했네요. 전 상당히 내향적인 성향이라 관계나 교류나 유지를 위한 활동을 피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뭐든 과하면 안 좋다는 걸 배웠습니다. 어쩌면 사람 대하는걸 피곤해해도 사람 자체를 좋아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요.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졸업 프로젝트가 그런 식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마무리 짓기는 더 쉬워진거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전화위복일려나요.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해보려고 OPT나 서류작업도 하고 나름 지원도 열심히 했지만 아쉽게도 그러진 못했습니다. (OPT를 활용하려면, 졸업 후 3개월 내에 미국 내 직장에 첫 출근을 해야 됩니다.) 내심 생각해보면 촉박한 시간이 남은 상태에서 offer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안 될 건 조금 당연한거 같았습니다만... 코로나도 코로나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스스로의 강점을 잘 모른 채로, 직무 이해도도 부족한 채 구직 활동에 뛰어든 것도 있던거 같네요. 어머니는 코로나여서 핑계라도 댈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다소 모욕적으로 느끼기는 했습니다만, 부정할 수도 없어서 입이 썼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1년동안 취준생이었습니다. 그다지 유쾌한 나날은 아니었어요. 어머니랑 사사건건 트러블이 있었기도 하고, 취준생 특성 상 불안과 자격지심에 찌들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공백기간이 길어질 수록 제 학력이 오히려 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불합격 통보가 올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는 서류를 합격해도 면접을 봐야 한다는 사실이 무서워지기까지 하더라고요. 스스로 배운 것들이 상당히 애매한 영역에 있다고 생각했던게 커서 어디에 지원해야 괜찮을지도 갈팡질팡했었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은 취직해서 출퇴근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면접 볼 때 망했다고 생각해서 보고 나서 울었는데, 하필 어머니랑 다툰 날에 예상치 못하게 합격 메일이 와서 어색하게 껴안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팀장님(당시 면접관)께 여쭤보니, 불쌍해 보여서(...), 영어 잘해서, 그리고 말은 잘 못해도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해서 뽑았다고 하셨더라고요. 저보다 말을 훨씬 잘하고 자신감 있는 아이들은 많았지만 다 떨어트렸다고 하셨습니다. 자기 포장만이 능사는 아닌 모양이에요. 업무는 제품 검증 쪽입니다. 일이 없을 때엔 표준이나 스펙을 보면서 어떤 원리로 작동을 하는지 공부하고, 샘플이 들어오면 온갖 것을 다 체크해서 작동 및 기능이 설계된 바 대로 동작하는지 검증하는 업무입니다. 업무 특성상 여러가지 영역을 두루두루 걸치게 되지만 딱히 하나를 깊게 파고들지는 않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접하게 되는데, 학부 시절 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가릴 것 없이 이리저리 걸치기만 한 저랑 상당히 잘 맞더라고요. 이거 (검증 툴) 써봤어? 납땜 해봤어? 이 신호 체계 알아? 할 때마다 족족 들어본 적 있거나 해본 적 있다고 하니 상사 분들이 꽤 놀라워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소프트웨어 쪽이 아닌건 아쉽지만, 제가 배운 걸 이렇게까지 활용할 수 있는 직종을 얻어서 참 감사했어요. 그리고 취직 후 1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지금, 기숙사에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네요.


문득 여기로 돌아오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제가 최근에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제가 이 커뮤니티에 들어온 목적은 고등학생일 당시 제가 짜던 설정이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였는데, 인물, 설정, 배경을 최대한 건드려도 어떻게 해도 이야기나 서사, 동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데다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노트를 잃어버리면서 흐지부지되버려서 결국 제 머릿속 이야기로 남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내용이 기억나긴 합니다만, 잘 쳐줘도 세계관이 구축되기엔 힘든 설정이었어요. 다른 매체의 패러디도 짙었고요. 그러다보니 여기 아트홀에도 별다른 글을 적지 못하고 그대로 잊은 채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제 스스로는 창작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고, 실제로 대학생활 내내 뭔가 아이디어라고 할 만한 게 딱히 없었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하데스라는 게임에 빠졌습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리스 로마신화 기반으로, 지하세계의 왕자인 주인공이 지하세계를 탈출해서 지상으로 가는 스토리를 가진 로그라이크 게임인데요. 모든 대사가 전부 더빙이 되어있는데다가 캐릭터 해석과 인물 간의 사이드 스토리, 현대적으로 해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잘 된 신화 내용 고증(!)으로 푹 빠져서 2차 창작을 미친 듯이 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영문으로 30만 단어 가까이 되어있는 팬픽(...)을 보고 홀린 듯이 주말 밤낮을 새워서 읽고 푹 빠졌더랬죠. 다 읽고 났더니 아직도 연재 중인데다 이제 스토리가 중반부 정도 되었다는 걸 보고 다시 한 번 경악...?솔직히 읽고 난 뒤에 아직 영어 실력이나 읽기 능력이 죽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습니다.


사담이 길었네요. 아무튼 얼마 뒤에, 한 캐릭터와 다른 캐릭터의 성격이 문득 생각이 나고, 대화랑 사건이 생각이 나더니, 시간 순으로 정리가 되는 듯 해서 한 번 죽 정리를 하다보니, 급기야는 대립 구도의 인물도 구상이 되고, 클라이맥스 부분도 생각이 나서, 이 쯤 되면 일종의 계시다 싶더군요. 그래서 마구잡이로 정리를 해서 동생과 지인에게 설정과 장면 모음들을 보내줬더니, 상당히 흥미로우니 꼭 마무리를 지었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들어서, 열심히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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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설정과 요약이 적혀있는 Word 파일 글자 수입니다. 설정과 요약, 장면을 합쳐놓은 걸 감안하면 사실 많이 적지는 않은 거 같기도 하네요.

막상 적기 시작하니까 대화문 위주/ 사건 위주로만 생각이 나고, 묘사나 글 자체는 잘 적혀지지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 순차적이라기보단 상당히 산발적인 것도 있어서 그런 것도 있는 거 같아요. 이거 생각나다가, 저거 생각나다가. 글을 읽을 때도 앞 뒤로 왔다 갔하며 읽는 경향이 강합니다. 거기다가 영문으로는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는데 한국어로는 생각이 안 나기도 하고. 차라리 설익은 문장이라도 써지면 쓴 뒤에 고치기라도 할 텐데 아예 써지질 않는게 성가시더라고요. 소위 말하는 햇병아리 작문가의 시행착오를 아주 제대로 겪고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 쓰다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최대한 설정보다는 본문 쪽 초안을 더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


혼자 낑낑거리면서 쓰다가, 고등학교 때 설정을 공유하기 위해 들어왔던, 그러나 실제로 그 완성도나 여러가지 이유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다가 잊었던 여기가 생각났습니다. 이제는 보여드릴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채로요. 빠른 시일안에 설정 정리해서 올려보겠습니다. 마음 같아선 연재를 하고 싶습니다만, 전체적인 흐름이나 초중반 사건, 후반 클라이맥스는 잡혔는데, 초반 프롤로그와 제목이 없습니다.... 그나마 시놉시스는 나름 아이디어가 있는데, 제목은 정말... 감을 못 잡겠더군요. 가제조차... 주인공과 주변 인물 이름도 정말 오랫동안 못 정하다가 겨우 생각이 났던 지라, 당분간 제목은 미정일 거 같습니다. 좋은 제목이 생각나면 좋겠네요.


내용을 잠깐 소개하자면, 현대 한국 배경으로, 신들과 귀신과 인간이 나오고, 영매인 주인공이 주변 인물들과 만나면서 사건을 겪으면서 성장해나가는 그런 내용입니다. 계기가 계기다보니, 한국 기반인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 상당히 기반을 둔 느낌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너무 이상하지만 않으면 좋겠네요. 일단 기반으로 하고 있는 메인 주제는 "신은 인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인간은 신이 필요할까요?" 라는 느낌으로 구상해나가고 있는데, 으음, 그게 잘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세계관 내에서도 주인공은 다른 "영매" 타입과는 다소 다른 특수한 체질이라, 그것 때문에 신들의 관심을 끌기도 하고 고통받기도 하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가치관을 구축해나가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써보니 좀 진부한 거 같기도 하고, 부끄럽네요. 일단 어디까지나 취미지만, 그래도 얼마나 오래걸리느냐에 상관 없이, 애착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년 만의 근황이라 그런지, 글이 길어졌네요. 부끄럽지만 다시 한 번 인사드립니다.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