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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공학까지는 전공한 적은 없지만, 대학 교양과정의 일반화학 및 생화학 장도는 배운 저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있어요. 석유를 악마화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 이야기를 잠깐 해 볼까 싶네요.
석유는 무한하지는 않으니까 석유를 생각없이 그냥 낭비하자는 말은 안 할께요. 그래서도 안되고. 그렇지만, 석유는 상당히 유용한 자원인데다 이것을 에너지원으로서만 한정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짚고 넘어가야겠어요.
사실 석유의 탄화수소(炭化水素, Hydrocarbon)은 인공적으로도 합성가능해요. 그런 것들은 이미 20세기 전반에 등장한 베르기우스 공법(Bergius Process), 피셔-트롭쉬 공법(Fischer-Tropsch Process), 캐릭 공법(Karrick Process) 등의 여러 제법으로 확보할 수 있어요. 그 중 석탄을 주원료로 쓰는 베르기우스 공법이나 석탄, 오일셰일 등 탄화수소를 포함한 광물을 사용하는 캐릭 공법과는 달리 피셔-트롭쉬 공법은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확보할 수 있다면 원료를 가리지 않아서 쓰임새가 보다 더 많아요. 그런데 문제는 어느 공법이든 천연석유인 원유(原油, Crude Oil)의 정제보다 고가이고, 본격적인 대규모 상업생산은 대량의 석탄을 확보할 수 있는 남아프리카의 국영기업 사솔(SASOL)이 가장 적극적이면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ustainable Aviation Fuel, SAF)라든지 이퓨얼(eFuel) 등으로 불리는 합성연료를 생산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지만 아직은 시장을 바꿀만큼의 대규모는 아니예요. 그러니 아직 합성석유가 갈 길은 멀고 당분간은 천연석유에 크게 의존해야 해요.
그것 말고도 중요한 것이 석유에 포함된 불순물로, 특히 중요한 것이 유황(硫黄, Sulfur).
유황은 현대 화학공업의 근간인 물질이고, 이게 없으면 일상의 청결은 절대로 유지할 수 없어요. 당장 인류의 역사가 표백제(漂白剤, Bleach) 확보의 전쟁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오게 되어 있어요. 표백제는 직물을 희고 깨끗하게 만드는 용도로 쓰이는데다 그 강력한 분해능력은 살균소독에도 잘 쓰이니 표백제가 없으면 고도로 도시화된 현대사회가 절대로 건강하게 돌아가지 못해요. 그리고 산업혁명(産業革命, Industrial Revolution)은 직물의 대량생산으로 시작하였고 그 직물의 표백 및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위생상태의 개선은 절대로 외면하거나 늦출 수 없는 현안이었으니까요.
소금에 황산을 가해 발생하는 가스를 물에 녹이는 방식으로 양산되어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염소계 표백제는 황산이 없으면 절대로 만들 수 없어요. 그리고 이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화학공업에도 황산은 기초원료인데, 이렇게 다방면에 쓰이는 황산의 제조에 사용되는 유황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대량으로 확보가능하고 이것에는 현존하는 기술수준으로는 대체수단이 없어요. 이것은 합성석유가 저렴하게 생산가능해져 천연석유에서 생산된 각 제품을 대체할 수 있더라도 해결할 수 없어요.
즉, 석유를 악마화해서는 유의미한 소득은 없어요.
대체에너지원 개발도 좋고 한데, 화학공업의 원료 공급원으로서의 석유는 얼마나 인식되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건 그냥 무시해도 좋은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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