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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에서 꾸준히 비판되어 온 국어생활상의 문제 중 하나가 사이시옷.
그런데, 국립국어원이 사이시옷 규정에 대전환을 일으킬 예정이라고 하네요. 사실 언론보도 자체는 지난달 초에 나오긴 했는데 접한 건 오늘이라서 이렇게 이걸 주제로 써 보게 되었어요. 사이시옷을 부정적으로 보는 저로서는 이러한 변화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가 안 될 수가 없어요. 짚이는 게 사실 좀 있다 보니 그러해요.
언론보도를 소개할께요.
[단독] “맥주병? 맥줏잔?”…모두가 헷갈려 하는 사이시옷 없어질까, 2025년 10월 8일 매일경제 기사
문화체육관광부 및 국립국어원이 사이시옷 규정 개편작업을 연내에 시작하여 전문가 논의를 거쳐 2026년까지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하네요. 일단 대표적인 시나리오로서는 부분폐지, 완전폐지 및 복수표기 인정 등이 거론되는데,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하나 있어요. 원칙은 이런데 예외의 예외의 예외의 예외의 예외 등을 두자는 식으로 또 개악하는 시나리오.
국립국어원이니까 일단 헐뜯고 보자는 건 절대로 아니예요. 그리고 일단 그렇게 폄하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소개된 언론보도 내에 그 근거가 있어요. 국립국어원 관계자가 밝힌 "관용적으로 굳어진 표현은 유지하되, 새로 사전에 등재되는 어휘에는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는 방안" 그리고 앞서 2019년에 국립국어원이 내린 결론인 "최대 수조 원의 교체 비용이 들어" 의 두 표현이 바로 그 근거. 관용적으로 굳어진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정의(定義)가 분명히 되지 않으면 2008년 이후 무리하게 밀어붙여 온 각종 사이시옷 표기는 이제 와서 바꾸면 돈이 많이 드니까 그냥 그대로 안고 가자고 히는 식으로, 어문정책의 사안을 경제논리로 환원하여 희석해 버리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게 되어요.
또한, 외국인 학습자에의 고려를 논하는 것도 뭔가 이상해요. 언어에는 고유의 장벽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외국인 학습자를 위해서 완화한다는 것이 본말전도거든요. 표음문자 표기가 실제 발음과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는 것은 일일이 언급핳 수도 없는데다, 그 이전에 이렇게 문제제기를 해 보고 싶네요. 그러면 이제껏 이렇게 사이시옷을 밀어붙여서 한국어의 언중을 괴롭힐 때는 그럼 뭘 했나요? 외국인 학습자를 배려하기 이전에 생각해야 하는 건 안중에도 없었나 보네요.
한번 잘못 만들어서 밀어붙인 결과를 바로잡는 게 이렇게 힘들어요.
그리고, 원칙은 이런데 예외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이 또 재연되지 않을까가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어요. 기우(杞憂)가 아니길 바란다는 말도 하지 않을께요. 그런 기대를 하기에는 이미 지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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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5-11-30 21:54:50
한번 이상하게 정한거 고치는 게 참 오래걸리네요.
한번 할 때 제대로 해야하는건데...
근데 맞춤법 수정하는 건 그냥 전문가들의 회의 한번으로 될 거 같은데, 그렇지 않은가보네요?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 보면...
마드리갈
2025-12-02 01:28:08
사실 이렇게 복잡한 이유가 있어요. 국립국어원이 정부기관이라서 결정에 대해서는 법령상의 근거가 있어야 하거든요. 바로 이 점이 잘못된 방향으로의 정책결정이 지독할 정도로 오래 가는 근본적인 원인이예요. 이미 5년 전에 쓴 글인 국립국어원이 정말 필요하긴 한가...에서 지적했듯이, 학술단체인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émie Française)가 프랑스어의 컨트롤타워로 있는 이런 형태가 더욱 바람직해요.
사이시옷에 대한 전향적인 움직임 자체는 환영하지만, 중요한 건 디테일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