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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구축함 사고는 간부파괴자인가

마드리갈, 2025-05-27 00:06:54

조회 수
163

북한의 구축함 진수식에서 중대사고가 나서 배수량 5,000톤급의 그 큰 함체가 회복불능 수준으로 손상된 사고가 있었어요. 북한은 대체로 사고를 은폐하기에 급급해서 수천 수만명이 죽든 나몰라라 하는 그런 속성이 짙었지만 이번에는 체제선전을 위해 수많은 인원이 초대되어 성대히 치루어진 행사인데다 북한의 유일한 권력자인 김정은(金正恩, 1984년생)의 참관하에 일어났다 보니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상황이라서 이렇게 상황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한편 책임자 문책에 나선 듯해요.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는 이 유명한 위성사진으로 이미 드러나 있어요.

8.jpg
이미지 출처

위의 사진 가운데의 파란색이 바로 진수식 도중에 엎어진 최현급 구축함의 2번함의 모습.
이미 저 상태라면 함체도 크게 뒤틀려 버린데다 엔진, 추진기, 배관, 배선 등의 주요장치도 심각한 손상을 입어 답이 없어요. 깨지고 부서진 곳으로 유입된 해수가 구조재 부식을 가속시킬 것도 자명한 문제. 요즘 러시아에 파병해서 돈도 많이 번 북한인데다 북한이 경제 같은 것 생각한 게 없으니 그건 걱정할 문제가 전혀 아닌 것 같긴 하네요.

그런데 생각난 것 하나.
구축함(駆逐艦)은 영어로는 디스트로이어(Destroyer). 사실 이 형태의 군함은 작은 군함에서도 운용가능하여 단 한 발로도 큰 전함을 격파가능한 어뢰(魚雷, Torpedo)라는 원거리무기의 발명에 대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작고 빠른 어뢰정이 고속으로 접근하여 크고 느린 전함을 겨냥하여 어뢰를 쏘고 도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뒤로는 속수무책이니까 그 어뢰정이 함대에 접근하기 전에 앞장서서 쳐부수거나 그러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접근을 거부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지닌 빠르면서도 펀치력이 강한 군함이 필요했어요. 그렇게 고안된 것이 바로 구축함이고 영어표현이 토피도보트 디스트로이어(Torpedo Boat Destroyer)였다 맨 끝 단어만 남아서 정착되어 있어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저 구축함이 간부파괴자(Cadre Destroyer)가 될 듯.
이미 간부 3명을 구금했다고 하는데 그것만으로 그칠 것 같지는 않네요. 저 조선소의 모든 종업원을 처벌해서라도 어떻게든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고 김정은이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렸다" 라는 메시지를 북한 사회에 투영할 게 분명해요. 그렇게 간부들을 파괴하고 나면 저런 배를 만들기 위해 쓸 돈은 자신의 생활에 충당하는 게 더 나을 거예요. 바로 이런 게 김정은의 통치술 및 재테크가 아닐지. 

저 청진조선소의 간부도 휘하의 종업원도 조선소 자체도 파괴되어 역사 속으로 퇴장할 것이 가시화되어 있는데, 그나저나 자칭 통일운동가들은 모금운동은 안 하려나요. 이때야말로 재테크 찬스일텐데.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9 댓글

마키

2025-06-01 08:27:28

1호기부터 VLS 자랑한답시고 엔진도 달지 않은 깡통을 일단 물에 띄워두고 미사일부터 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판에 2호기는 진수도 못해보고 허리가 꺾여나갔다는 굴욕적인 모습이 외신에 보도됐으니 아마도 담당자들은 곧 이승을 떠나지 않을까 싶어요.

마드리갈

2025-06-01 18:18:41

역시 이번에도 북한이 북한했어요.

그 예의 1번함 후방의 수직발사관(VLS)은 정말 그렇게 해서 괜찮을까 싶을 정도의 과무장으로 보였어요. 무기인만큼 펀치력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게 데미지 컨트롤인게 이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선명히 드러났어요. 러시아의 미사일순양함 모스크바의 그 과무장은 결국 독이 되었고 제대로 타격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우크라이나의 대함미사일을 맞자 바로 속절없이 대파되어 결국 흑해 어딘가에 침몰해 버리고 말았으니...스스로 그 길을 가겠다니 중언부언할 것도 없을 거예요.


그 담당자들을 죽일 때 또 미국의 사주를 받은 간첩 운운할지도요? 간첩을 골라서 등용하는 그 사람보는 눈이 이번에도 위력을 발휘할 것 같아요.

시어하트어택

2025-06-01 21:42:55

김정은의 지시가 있어서인지 이 사건은 북한치고는 매우 빠르게 보도가 되었죠. 김정은은 6월까지 복구를 완료하라고 했는데, 위성사진으로만 봐도 함선이 두 동강 난 게 보여서 관련자들은 탈북하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것보다 더 빠르게 관련자들이 체포되더군요.


그건 그렇고, 이제 저걸 메꾸려고 김정은은 또 얼마나 많은 피를 뿌릴까요. 여기도 참고해 보시면 좋겠군요.

마드리갈

2025-06-02 23:19:01

저걸 숨기다가 이상한 소문이 나서 통치력이 의심받기보다는, 아예 숨길 수 없으니까 선제적으로 공개해 버리고 특정인들을 희생양 삼겠다는 게 보이네요. 역시 다른 건 몰라도 정치적인 판단만큼은 귀신 찜쪄먹는 김일성 일가의 전통은 그대로 이어받았네요. 역시 씨도둑질은 못한다는 게 이렇게 증명되어요.


저 최현급 구축함의 정확한 단가는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체급의 것으로 러시아 해군의 프로젝트 22350 고르슈코프급 프리깃함(Фрегаты проекта 22350 типа «Адмирал Горшков»)이 있어요. 만재배수량이 5,400톤인 이 군함의 단가가 대략 2억 5천만 달러 정도인데다 그 외에 필요한 무기, 연료, 승무원의 인건비 등을 감안하자면 운용기간내의 총경비는 한화로 환산하면 1조원을 넘길 거로 보여요. 저 군함이 전손처리될 건 뻔하니까, 소개해 주신 블로그 포스트의 내용을 토대로 추정해 보면 파병 대가의 반년분은 날려먹은 듯해요.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몇 가지 보이네요. 애국기금 헌납운동이라도 벌일 거라는 게 그 중의 하나일 듯 해요.

마드리갈

2025-06-04 13:20:46

2025년 6월 4일 업데이트


북한이 건조중이던 최현급 구축함의 2번함이 진수과정에서 전도되어 대파된 지 2주만에 바로 세워졌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에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함미의 갑판 위에 표시된 헬리콥터 발착장이 보였다고 하니 세워진 것 자체는 사실로 보여요. 또한 대형 크레인도 없는 청진조선소에서 이 직립작업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졌어요.

그런데 보도에서 쓰이는 좌초(座礁) 및 착륙장은 잘못된 용어. 좌초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바위인 암초 등에 선박이 충돌해 버린 사고를 말하는데 예의 사안은 아예 처음부터 해당되지도 않아요. 이런 사고를 가리키는 말에는 전도(転倒)나 횡전(横転) 등의 한자어도 있고, "엎어지다" 라는 고유어로도 쓸 수 있는데 왜 굳이 잘못된 말을 쓰는지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요. 또한 함체는 육지가 아니니 착륙장도 틀렸어요. 발착장이 옳아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북한 좌초 구축함 복구 상황은... "바로 세워진 모습 포착", 2025년 6월 4일 조선일보 기사

시어하트어택

2025-06-05 23:23:30

정말이지 할 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농담으로만 떠돌던 '바이오 크레인'을 실제로 할 줄은 몰랐죠. 처음에는 러시아에서 크레인을 수입해 오려고 했는데 김정은이 반려시켰다는군요.


어떤 유튜버가 장난으로 만든 건데 이걸 실현시켜 버리는군요.

마드리갈

2025-06-06 17:07:13

이런 영상이 있었군요? 게다가 등록시점을 보니 완벽한 예언이 되었어요!!

역시 개인의 부정축재와 사치를 위해서 인민을 희생하는 김정은다운 발상이예요. 게다가 저 작업이 안전하게 수행되었다는 보장도 없고, 역시 북한의 본질은 대를 이어 변함없이 지켜지네요. 


다음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가 기대되네요.

마드리갈

2025-06-11 12:20:20

2025년 6월 11일 업데이트


진수식에서 전복되어 대파된 북한의 최현급 2번함이 러시아에서 가까운 나진항의 드라이도크(Drydock)에 수용되어 있는 것이 상업위성업체 맥사(MAXAR)의 인공위성사진으로 포착되었어요. 즉 직립한 뒤에 예인이든 자항이든 어떤 형태로든 이동하여 청진조선소에서 70km 가량 떨어진 나진항으로 이동이 가능했다는 것이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앞서 수리일정을 발표한 바 있어요.

저렇게 충격이 가해져 있는 상황에서 무슨 수리가 도움이 될지는 아무래도 의구심이 안 들 수가 없어요. 사실 선체의 용골(Keel)에 직교하는 골조인 벌크헤드(Bulkhead)가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서 아무리 수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함체가 거친 파도를 맞고 뒤틀리거나 해체될 위험이 매우 높아요. 하지만 그들이 고쳐서 쓰갰다는데 열심히 그렇게 해야죠. 러시아에서 벌어온 돈도 많으니까 할만하겠네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진수식서 넘어진 北 구축함, 나진항 이동... 러시아 기술 지원 받나, 2025년 6월 9일 조선일보 기사

마드리갈

2025-06-13 16:54:50

2025년 6월 13일 업데이트


북한이 진수식에서 전도되어 대파된 구축함을 사고 23일만에 진수시켰다고 발표했어요. 이 함정의 이름은 북한군의 초대 총참모장 및 민족보위성 부상을 역임했다 6.25 전쟁 때 전사한 인물인 강건(姜健, 1918-1950)의 이름을 딴 강건함으로 정해졌어요.

어떻게 수리를 했는지는 현시점에서 알 수는 없지만, 속도전을 좋아하는 북한이 제대로 해놓은 것이 전혀 없는 전례를 벗어날 가능성도 알 수 없어요. 아무튼 북한이 알아서 하겠죠.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北, 좌초했던 구축함 '강건호' 사고 23일 만에 진수…김정은 참석, 2025년 6월 13일 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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