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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풀려나온 자 - 3화

시어하트어택, 2024-01-10 23:39:10

조회 수
103

마리우스가 보여준 능력을 만족스럽게 지켜봤으니, 대통령이 이만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품은 준장이었지만, 그 기대가 보기 좋게 빗나가자, 준장은 급히 대통령을 만류하기 시작한다.
“가... 각하, 지금은 안됩니다.”
준장의 그 말에, 대통령은 준장에게 설명을 요구한다.
“말해 보게. 아까도 안 된다고 했지만, 지금 마리우스라는 자는 이렇게 훌륭한 결과를 내놓았네. 이래도 안 된다고?”
“저 능력 역시도 안정화된 능력은 아닙니다. 아직 저 실험체도 자기 능력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하지 못하고, 통제를 따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통제가 되어야 무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의 상태로는 통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지금 저 자를 풀어놓은 것도 저는 충분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저기서 더 무언가를 했다가는, 큰일이 날 것입니다.”
대통령은 준장의 그 말에 잠시 말이 없다가, 이윽고 한마디 한다.
“속행하게. 여기까지 와서 참관하는 이상, 실험의 결과물을 내 눈으로 못 본다는 건 말이 안 돼. 지금 정도라면, 조금만 정제를 가한다면 틀림없이 좋은 무기가 탄생할 텐데, 왜 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지금의 단계에서는 장담하기 힘듭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각하.”
“준장, 내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라고. 자네라면 거대한 프로젝트가 눈앞에서 완성을 앞두고 있는데 그 완성을 직접 안 보고 싶나?”
“하지만... 아직 완성된 게 아닙니다만...”
준장이 그렇게 말하지만, 대통령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하다.
“대통령의 명령이다. 즉시 실험을 속행하도록.”
“예... 예.”
그리고 대통령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마리우스를 보고 가만히 웃는다.

한편 그 시간, 마리우스는 자신이 숨통을 끊어 버린 그 실험체를 내려다본다. 뼈대만 남고 쭈그러들어 버린 그 실험체를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불량배들이 그를 쫓아왔던 적이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고, 불량배들과 맞닥뜨렸을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불량배 한 명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불량배가 비명을 지르며 그에게서 손을 떼고 달아났다.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그가 잡았던 불량배의 손목의 두께가 확 줄어들어 있었던 것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런데 한 사람까지 죽일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었던가...?”
그는 잠시 자신의 밑에 쓰러진 실험체를 보고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무엇이 어찌되었든 그가 죽인 건 사실이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그는 무언가 그에게 없던 무언가가 생긴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의 추측이 맞다면 그에게 없던 그 무언가가 생긴 것은, 그가 민머리의 실험체에게서 ‘흡수’를 하고 나서일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그는 자기가 서 있는 
하지만 그가 막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시작해!”
대통령의 지시가 바깥에서 들려오자, 통제실 안쪽으로 수많은 센서가 들어온다. 그 센서들은 모두, 무언가 마리우스를 기분 나쁘도록 만들겠다는 듯, 그 끝으로부터 끊임없이 전기 자극을 보인다. 그 센서들이 점점 마리우스에게 가까워지고, 어느새 마리우스를 완전히 둘러싼다.
“이건 다시 나를 도로 속박한 거나 다름없군...”
마리우스의 말처럼, 그 센서들은 언제든 그를 찌르거나, 묶어 버리거나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가 그 센서들을 잠시 응시하는데, 대통령의 말이 통제실 너머에서 들린다.
“구속장치를 풀어 줬다고 해서 그걸 ‘해방’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지. 풀려 나왔으면 거기가 더 큰 감옥이라는 걸 모르나 보군.”
“맞습니다, 각하.”
참모총장이 대통령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모습도 보인다.
“저 예의를 모르는 자에게는 예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의? 예의라기보다도...”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통제실 옆의 제어실로 들어가더니, 거기 앉아 있는 연구원들에게 무언가 귓속말을 하고는, 이윽고 참모총장을 돌아보며 말한다.
“이렇게 정제시키는 거지. 무기에게는 ‘예의’보다는, ‘정제’라는 말이 더 어울려. 무슨 말인지 알고 있나, 참모총장?”
“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 실험을 진행하겠습니다.”
참모총장은 무언가 다른 꿍꿍이라도 있는 건지, 엄연히 이 시설의 책임자인 준장을 제쳐두고 자신이 발언권이라도 쥔 것처럼 말한다. 준장이 우려로 가득 찬 시선을 보이지만, 참모총장은 무시하고, 주저하는 연구원들을 향해 말한다.
“뭣들 하나? 대통령 각하께서 지시하신 실험이니 즉시 시행하라!”
“예... 예!”
연구원들은 준장과 참모총장의 눈치를 번갈아 보며, 진땀을 빼다가 이윽고 그 센서들을 전부 작동시킨다. 곧바로 그 센서들이 각기 다른 자극을 일으키며 마리우스에게 다가온다.
“이런...”
마리우스의 입에서는 한 마디의 탄성이 나오려다 만다. 그 센서들이 곧바로 마리우스를 고강도로 자극한다.
“으앗!” 
전기 센서의 머리 자극, 가시가 촘촘이 박힌 센서로 손과 발 감싸기, 열 센서의 온몸 지지기, 냉각 센서로 영하 100도 가까이까지 급속도로 얼리기, 그리고 감각 증폭 센서로 말단 감각의 극대화까지.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실제로 몸이 불에 탄다든가, 감전된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각은 그대로 전해져 온다. 일반인이 이런 자극을 한몸에 다 받는다면, 쇼크사해 버린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으... 으윽...”
한번에 그런 자극을 받은 그는 버티기 힘들었던 건지, 입에 거품을 물 듯 말 듯 하고 눈은 뒤집힌 채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헉헉’ 거리는 거친 숨을 내쉰다. 그 광경을 보자,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옆에 있는 통제실의 연구원들에게 말한다.
“여기 아직 남은, 처분을 기다리는 실험체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있습니다.”
연구원들이 더듬더듬 말하자, 대통령은 바로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전부 안으로 들여보내라.”
“예...?”
연구원들이 당황스러웠는지 대통령에게 되물으려 하자, 대통령은 다시 분명히 말한다.
“다 들여보내라고 했다. 저 병기가 드디어 완성되는 모습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봐야겠다, 이 말이다. 알겠는가?”
“예...”
연구원들은 내키지 않았는지 힘없이 대답하지만, 대통령의 눈치가 보여서 즉시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실험체들을 안으로 들여 보낸다.
“뭐야... 또 있었던 건가?”
마리우스는 몸이 온전치 않은 그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실험체들을 보고 자리에서 금세 벌떡 일어선다. 가장 앞에 선 실험체는 마치 바람을 다루는 것처럼, 입에서 끊임없이 큰 호흡을 내뿜고, 다른 실험체는 자신이 마치 파괴신이라도 되는 것같이 통제실의 벽을 부수고, 급기야는 유리 격벽을 깨뜨리기까지 한다.
“각하, 실험체 하나가 통제실을 부쉈습니다.”
참모총장 역시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이 걱정되었는지, 여전히 태연히 지켜보고 있는 대통령을 돌아보고 다급히 말한다. 준장 역시, ‘이때다’ 싶었는지 대통령을 붙잡고 말한다.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합니다. 실험을 중지하여 주십시오, 각하!”
“이미 빠르게 달리는 말에 탔네. 내릴 수 없어.”
대통령은 참모총장과 준장이 만류함에도 결심이 확고하게 선 건지, 미동도 하지 않고 말한다.
“나는 여기서, 저 마리우스라는 자의 완성을 봐야겠네.”
“각하, 지금으로서는 안됩니다.”
참모총장이 그렇게 말하자, 대통령은 버럭 소리를 지른다.
“뭐가 안된다는 말인가? 지금 이 시간 이후로 안된다는 말을 하는 자는 명령을 어기고 반역을 꾀하는 자로 간주할 것이니, 그렇게 알도록 하라.”

어느새, 마리우스의 앞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흡수당한 채, 빼빼 마른 형태가 되어 죽어 버린 실험체들의 시체가 몇 구 있다. 그리고 마리우스는 자신이 조금 전보다 몇 배는 강해졌음을 확신한다. 자신에게 덤벼든 그 실험체들의 생명력과 능력을 전부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음을, 온몸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 통제실도 파괴되었다 이거지...”
그렇게 중얼거린 마리우스는, 이제 주위가 어떻게 되든, 아니면 누가 또 자신을 막아서든 상관없다는 듯, 저벅저벅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무엇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이곳을 나간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마리우스는 그대로 탈출을 감행한다. 주위에 감시카메라가 얼마나 있든, 경비병이 있든, 그 경비병들이 자신에게 사격을 하려 하든, 상관없다. 그저, 풀려나왔으니, 이 시설을 벗어나 자유를 찾아 나갈 뿐이다.
“그래, 끝내 그렇게 벗어나고 싶다면 말이지...”
대통령은 막 통제실을 벗어나 최심부를 벗어날 수 있는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마리우스를 잠시 보다가, 이윽고 입을 연다.
“저 자를 막아라. 제압하는 자에게 포상이 있을 것이다.”
“잠깐, 각하, 제압이라니요?”
참모총장이 대통령의 말을 듣고는 자기 귀를 의심했는지, 대통령에게 되묻는다.
“저 자를 죽이겠다는 말입니까?”
“내가 뭘 하려는지 모르나, 참모총장?”
“네...?”
참모총장은 물론, 옆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준장까지도 적잖게 당황했는지, 가만히 서 있던 곳에서 얼른 뛰어나와 말한다.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기껏 여기까지 만들어 놓은 비밀 병기를, 이대로 폐기하려는 겁니까?”
“반대일세. 폐기와는 정확히 다른 방향이지.”
“하지만...”
준장은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경비병들이 마리우스를 막아서려다가 속절없이 당하고, 거기에 더해서 생명력을 흡수당하고 빈껍데기가 되어서 죽어 버리는 장면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는지, 대통령을 설득하려 한다.
“경비병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의 비밀 병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귀관은 내가 왜 이걸 그 병기의 완성이라고 하는지, 아직도 파악이 안 되었나 보군.”
“아닙니다, 각하. 저는 단지...”
“최심부의 경비병들은 다들 초능력자라고 했지. 맞나?”
“예, 그렇습니다.”
“내가 왜 여기서 저 자의 완성을 보겠다고 했는지, 이해를 못 한 건 아니겠지?”
“그것은, 즉...”
“여기 있는 건 모두 ‘재료’라고 해도 되겠지. 아까 여기에 풀어 놨던 실험체들이나 이 시설을 지키는 경비병들, 연구원들, 모두 저 비밀 병기의 완성을 위한 재료란 말이지. 그렇게 말하면 이해했으리라 믿네.”
“하지만...”
“나보다 더 오래 이 시설에 관여한 귀관이라면 더 잘 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대통령의 그 말은, 준장에게 무슨 의미인지, 준장은 얼른 알아차리고, 자세를 낮춘다.
“각하, 저는 각하의 뜻을 너무 몰랐습니다. 부디, 용서를...”
자기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빼서 대통령의 앞에 내주기까지 하는 준장을 일으켜 세워주며, 대통령은 마치 자신이 자애로운 아버지가 된 것처럼 말한다.
“일어나게. 귀관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네. 다른 건 신경쓰지 말게. 이제 비밀 병기의 완성을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거지.”
“하지만, 각하!”
경비병들이 모두 마리우스에게 흡수당한 것을 보고, 참모총장은 다급했는지 대통령에게 마리우스를 가리키며 말한다.
“저 자가 금방 이쪽으로 다가올 겁니다! 저 자를 막아야 합니다!”
“아니, 참모총장, 그럴 필요 없네.”
“각하...?”
대통령은 태연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얼른 피하셔야...”
“저 자는 어차피 내게 다가오지 못하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슨 이유로 그렇게까지 자신있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대통령은 직접 대답하는 대신, 비서관을 불러, 마리우스의 뒷목 부위에 삽입된 제어장치의 도면을 보여준다. 그러자 준장은 당황스러웠던 건지, 정색하며 말한다.
“이런 건... 저도 몰랐습니다, 각하. 시설의 책임자인 저도 모르게, 저 제어 장치를 삽입한 겁니까?”
“이래야지. 저 자는 자기 뜻에 따라 풀려나왔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지켜보게. 과연 저 자는 어떻게 움직일지.”
한편 마리우스는 한참 정신없이 최심부를 벗어나, 상층부를 거쳐 지상 출입구로 향하는 중이다.
“뭐지... 나를 가둔 그 자... 그 자가 분명 밑에 있었는데... 어디로 간 거지?”
분명 마리우스에게도 대통령과 장군들이 최심부까지 내려온 게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통제실에서 벗어나자, 대통령과 장군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가 정신없이 경비병들과 싸우고 그들의 힘을 흡수하느라, 대통령과 장군들이 어디 갔는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그 놈들을 찾아야 하는데... 그 놈들을!”
그러고 보니 조금 전 민머리의 실험체를 흡수했을 때보다도 더욱 강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정말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기계장치도 한손으로 부술 수 있고, 먼 거리에 있는 경비병도 손짓만으로 제압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데 그 자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건가... 도대체! 그 대통령이라는 자는!”
마리우스가 아무리 대통령을 찾아봐도, 못 찾는 것은 당연하다. 그 제어장치가 마리우스에게 대통령을 찾을 수 없도록 방해하고 있기 떄문이다.
“이미 여기서 빠져나간 건가... 그렇다면 어느 새에 빠져나간 거지?”
그렇게 중얼거려도 그는 알 수 없다. 그는 대통령을 찾을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대신 그는 그를 막아서는 경비병들만 죽어나가고 있다. 의도치 않게, 아니 대통령의 의도대로, 그는 경비병들의 생명력과 초능력을 흡수하며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어디냐... 대체 그 녀석은 어디 있느냔 말이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서 한 층을 다 뒤진다, 엘리베이터를 잡아서 문을 뜯어보기도 하고, 문이란 문은 다 열고 들어가 보기도 하지만, 대통령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시설을 헤집고 다니던 그는, 마침내 지상층에까지 다다른다.
“이 녀석, 어디 있냐! 빨리 나와라!”
마리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간다. 눈앞에 보이는 출입 게이트는 힘으로 밀어서 부서뜨려 버린다. 1층에 있는 경비병들과 연구원들은 대통령의 명령이 있었음에도, 누구 하나 쉽사리 마리우스를 제압하려 하지 않고, 뒷걸음질치며 마리우스를 공포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경비병들 중 몇 명은 마리우스와 같은 초능력자들임에도, 마리우스가 내뿜는 강력한 기 때문에 어떻게 해 보지를 못한다.
“왜 다들 저 자를 잡지 않는 건가? 제압하는 자에게는 포상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목소리가 1층 안에 울려퍼진다. 물론 대통령은 마리우스가 알지 못하는 안전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함께 있는 준장과 참모총장이 화면 너머로 보이는 장면을 우려섞인 시선으로 보다가, 참모총장이 나서서 말한다.
“각하, 안됩니다. 이제 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합니다!”
“참모총장, 귀관은 내가 준장에게 이미 이야기했는데, 다시 이야기해 줘야겠군. 이 시설은 모두 재료야. 저 자는 지금 완성되어 가고 있고!”
“하지만...”
그러다가, 1층에서 대치중인 한 연구원으로부터 온 메시지가 나타난다. 그걸 본 준장이 거기에 나온 수치를 보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대통령에게 말한다.
“각하, 됐습니다. 각하께서 원하시는 수치, 그 이상이 나옵니다.”
“행성을 초토화시킬 수도 있는... 그만큼의 힘이 되었단 말이지...”
대통령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마이크를 켜고 1층에 방송을 보낸다.
“대통령이다. 이제 저 자를 막지 마라. 1층에서 그대로 내보내 줘라.”
뜻밖의 지시에 시설의 인원들뿐만 아니라 마리우스 역시 당황했는지,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듯 머리를 흔든다.
“다시 말한다. 여기서 나가도 좋다. 이제 자유다.”
그 말이 떨어진 순간, 경비병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도, 대통령의 지시이니 마리우스가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리고 시설 밖으로 나온 순간, 마리우스는 꽤 오랜만에 맛보는 바깥의 공기, 그리고 바깥의 땅의 감촉을 잠시 음미하다가, 곧이어 천천히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무언가 목덜미가 근질거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은 오랜만에 얻은 자유를 만끽할 때다. 이윽고 발이 이끄는 대로, 그는 산지의 길을 걸어내려가기 시작한다.

한편 그 시간, 대통령과 장군들은 1층으로 막 올라와서, 마리우스가 부수어 놓은 게이트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문득 대통령이, 준장을 돌아보며 말한다.
“수고했네, 준장. 덕분에 아주 훌륭한 무기가 탄생했어.”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준장은 대통령이 다시 한번 자신을 인정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보다는 우려를 보인다.
“제대로 통제가 가능하겠습니까?”
“설마 내가 저 자에게 완전한 자유를 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 알고 있습니다.”
“생각해 봤는데, 완전한 복종보다는 저렇게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무기가 더 나은 것 같더군. 저 자의 입장에서, 과연 밖은 자유로운 공간인가? 그건 아니지. 더 큰 감옥이겠지. 저 자는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준장과 참모총장은 무슨 말인지 알겠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곧이어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다가와서 말한다.
“헬기가 준비되었습니다. 가시죠, 각하.”
“준장, 내 말 알곘지? 이제 새로운 임무를 주지. 저 자와 비슷하지만 다른 타입의 비밀병기를 하나 둘 정도 더 육성하도록.”
“여부가 있겠습니까, 각하! 더욱 열심히 수행하겠습니다.”
그렇게 더욱 의욕적으로 말하며 경례를 붙이는 준장의 배웅을 받으며, 대통령은 크게 만족스러워하는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헬기에 올라탄다.

--------------------

<풀려나온 자>의 끝입니다. 다만 마리우스의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더 해 보고 싶군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4-01-11 17:59:20

대통령은 자신이 설득력을 잘 발휘하는 유능한 리더라고 생각하겠죠. 그리고 그렇게 대통령이 자만하는 순간에 마리우스는 힘을 키워서 탈출하고 있는 중이네요. 그런데 준장이 옳고 대통령이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에 벌어진 상황은...

저런 것까지 내다보고 저렇게 장치를 고안한 건가요. 게다가 마리우스같은 비밀병기를 또 만들라고 하는 데에서는 정말 무서운 건 마리우스가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게...


섬찟해지네요. 그리고 그 마리우스가 어떻게 될지 벌써 기대되네요.

시어하트어택

2024-01-14 23:18:42

이른바 대통령의 큰 그림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마리우스가 저렇게 행동을 벌일 것도 미리 계산해 놨다는 것이죠. 마치 <올드보이>의 오대수와도 같이, 마리우스는 이제 풀려나오기는 했습니다만 더 큰 감옥 안에서, 대통령의 의도대로 움직이며 목표물을 향해 나아가겠죠.


그리고 조만간 마리우스를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

SiteOwner

2024-02-06 22:28:34

비밀병기의 개발을 밀어붙이는 대통령도 그 비밀병기로 육성되는 마리우스도 역사가 가해자로 분류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마리우스는 다른 실험체인 사람들을 죽이면서 그렇게...

그리고 이런 소재를 다룬 지금까지의 창작물과 완전히 다른 전개가 충격적으로 신선합니다. 일부러 마리우스를 탈출시키는 것은 물론 비슷한 듯 다른 성격의 비밀병기를 추가육성하려는 대통령의 복안은 정말 그 깊이를 모를 정도입니다.


마리우스는 다른 작품에도 등장하는군요. 그 마리우스의 여정이 험난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시어하트어택

2024-02-11 23:11:35

결국 마리우스의 뜻이 관철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대통령의 손 안에서 놀아나는 셈이죠. 그리고 대통령의 의도대로, '의지에 따라 움직이지만 필요할 때마다 격발이 가능한' 병기가 되었고요. 이런 병기가 더 있을수록, 마치 북한의 김정은처럼 행세할 수 있는 작중의 대통령은 강대국에 있어서 협상 카드가 하나둘씩 더 생기는 겁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리우스는 조만간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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