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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츄는 퇴사 선언을 했다!

국내산라이츄 2021.10.10 0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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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회사만 가면 이 상태입니다. 현재진행형이예요. (뮤츠씨도 여기서 일하면서 화병 생긴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어지간히 쌓이지 않으면 얘기 안 하는 타입이라(보통 그만두기 전이나 손절하기 전에 말합니다) 참고 있었는데,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선을 되게 야금야금 잘 넘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나 그만둘래! 하고 (월급 빼고)다 말했습니다.?


1. 업무가 중심이 없다.?

보통 연구원이면 연구하는 테마가 있고, 거기에 맞는 주 업무가 있습니다. 세포독성 테스트를 한다 그러면 세포 배양하고 독성 테스트하고 정리하는 게 주 업무죠. 근데 저 여기 연구원으로 와서 사업계획서 쓰고 시장조사 하고 번역하고 사진 작업하고 도면 그리고 기획하고(플랫폼 기획)... 사업계획서 쓸 때는 다른 분들도 다 참여는 하는데 그 분들은 그거 끝나면 할 일이 있고, 저는 그거 끝나면 뭐 하지? 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세 번째 직장에서는 이러다가 수습기간 끝나고 짤렸죠...)


2. 대표가 자기 할 일을 떠넘긴다.?

비즈니스 모델(예: 토스트를 얼마에 팔 것인가, 게임의 과금 모델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도 제가 물어보니까 얼마가 좋아요? 하고 되려 묻던데요. 시장조사 안 해본건가... 이걸 게임으로 생각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직장도 하다못해 비즈니스 모델은 대표가 정했는데 말이죠. 거기는 사실 마케팅 포인트를 잘못 잡아서 직원이 갈려나간거지 사업계획서건 서류건 주된 업무는 대표가 다 했습니다. 여기처럼 대표가 자기 할 일 다 떠넘기지 않았다고요... 프로토스마냥 칼라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업무 지시는 왜 할부로 해서 일을 두 번 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3. 월급이 두 번이나 밀렸습니다.?

아 농담 아니고 진짜로 밀렸습니다. 아직 대표가 처리하다보니 계약서 상으로는 25일이 휴일이면 그 전날 평일에 주지만 여기는 25일에 딱딱 맞춰서 주는 건 이해했습니다. 그래 진짜 칼같구나 했죠. 시간도 무슨 게임 뽑기마냥 복불복이라 어떨때는 오전에, 어떨때는 오후에, 어떨때는 한밤중(다 퇴근하고 밤 10시쯤)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저저번달은 하루 밀렸고 저번달에는 사흘이나 밀렸더라고요? 사실 고대에서도 월급이 한 달 밀린 적은 있었지만 그 때는 사전 고지가 있었습니다. 연구비 지급이 늦어져서 다음달에 월급 두달치 한꺼번에 준다고. 여기요? 아뇨, 사전고지 없었습니다.?


4. 말이 자꾸 바뀝니다.?

어제는 A 업무를 하래서 A를 했고, 시간관계상 하다 말아서 내일 마저 해야지...하고 퇴근했는데, 다음날 오더니 갑자기 B를 하래요. 그래서 A 하던 건 어쩌고요? 했더니 B가 더 중요하대요. 이렇게 하다 만 일이 되게 많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미루라고 한 거 까먹습니다)


5. (3+4)이 사람을 믿고 일을 못 하겠습니다.?

사실 이게 가장 크죠. 이 사람을 믿고 일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직장인한테 제일 중요한 게 월급인데 그걸 밀렸어요. 거기다가 말까지 바뀌고 제가 하는 일도 바뀌어요. 자기가 지시한거 까먹고 물어봐요. 애초에 생물학 연구원으로 뽑아놓고 하는건 잡일이예요. 그런데 이 사람을 어떻게 믿고 일을 해요? 솔직히 저, 창업 이런거는 잘 모르겠는데요. 기업체 투자 하나도 안 받고 나랏돈만 받으려고 사업계획서 쓰는 거... 그리고 지금 그게 세번째이고 두 개가 탈락이라는 거... 이것도 사실 용납 못 하겠습니다.?


아, 솔직히 잡긴 잡았죠. 근데 그 사유가 다 반박 가능한 사유였습니다.?

1. 10~6에 여기만한 데 없다 ->칼퇴근은 시켜주는데, 업무 외 시간에 일 시킵니다. 휴가기간에 일 시킨 적도 있고, 추석 연휴에도 사업계획서 쓴다고 저녁 늦게+주말에 근무했습니다. 그렇죠, 여기만한 데 없죠. 보통은 업무 외 시간은 안 건드리거든요.?

2. 이렇게 짧게 나가면 좋지 않아요 ->오히려 수습기간만료로 쓸 거면 지금이 적기입니다만.?

3. 에리본님같은 동료 또 만날 수 있겠어요? ->연락만 안 하지 좋은 동료 많~이 만났습니다만? (물론 개차반같은 거 만나기도 했습니다)

4. 일자리 구할때까지만 다녀요. ->이건 거절했다가 지금 이거 수락하고 다니는 상태인데, 퇴사 유예를 번복으로 이해하시는지 선을 또 넘으려고 하시네요. 그리고 저는 호불호가 존재단위라 싫어하는 사람은 한 공간에서 숨쉬는 것도 싫어해서 더더욱 지옥입니다.?

5. 결정 바뀌면 말씀해주세요. ->유예는 했지만 번복은 안 할겁니다. 저는 한번 아니라면 아닌 주의예요.?

6. 우리는 라이츄님이 필요해요->'제'가 필요한 게 아니라 제가 지금 하는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한 거 아니예요? 아, 근데 솔직히 사무실에서 저 빠지면 일본어 할 줄 아는 사람 아무도 없긴 하네요.?


에리본씨는 지금도 농담조로 안돼 내가 먼저 나갈거야 하시긴 합니다만, 저 나간다고 했을 때는 별 말씀 없으셨는데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뮤츠씨가 갑자기 대표랑 같은 말을 하면서, 제가 심사숙고했던 이틀을 너 너무 감정적이야! 라는 말로 무로 돌리셨어요. 애초에 다 풀고 가자고, 말해보라고 할 거면 입 다물고 좀 들어주지... 왜 말하래놓고 팩트로 때리는건지 모르겠고(이분 성격이 원래 그래요)... 아니, 그리고 안 잡는다면서요. 안 말린다면서요. 왜 대표가 했던 말을 그대로 하면서 말로 나 찌르는데요. 대체 날 뭘로 생각한거지??


이게 어차피 이 사람들은 헤어질 사람들이니까 너무 깊이 관여하지도 말고, 회사일도 뒷사람이 알아서 할거니까 대충 하자 마인드가 된 이유이기도 해요. 안 잡는다면서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거지? 심지어 이분 직장 동료랑 친하게 지내는 거 지양한다고 해놓고 저 빼고 다른 분들이랑 수다 엄청 떨거든요. 저랑만 얘기 안 해요. 근데 저 나간다고 하니까 갑자기 우리는 라이츄님이 필요해요 저희 생물학 몰라요 이사람은 2년 시켜야돼요 하는데... 그냥 어쩌라는거지? 싶었습니다.?


그냥, 나갈 때 있을 때 잘 하지 그랬냐 이 한마디 하고 나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