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가오" 라는 어휘에서 생각난 것

마드리갈 2021.08.04 12:46:14
어릴 때부터 일본어를 공부해서 매일 일본어로 된 각종 미디어를 접하고 사는 저는, 매일의 언어생활에서는 일본의 문물 인용 등의 확실히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일본어를 섞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한국어는 한국어이고 일본어는 일본어니까요. 게다가 이도저도 아닌 피진(Pidgin)은 상당히 기괴하게 보여서 꺼려지는 게 있어요. 그리고, 이것은 저에게 일본어 지도를 해 준 오빠의 방침이기도 하니까 계속 지키고 있기도 해요.

그런 저에게 신기하게 보이는 게 있어요.
정치권의 발언 중 "가오" 라는 어휘가 나오니까 그게 그렇게 여겨져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기사에 있어요.
국민의당 이태규 “우리가 돈·조직이 없지... 가오가 없나”, 2021년 8월 3일 조선일보 기사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CBS 라디오에 출연하여 "우리 당이 돈과 조직이 없지 무슨 가오까지 없는 정당은 아니다" 라고 말했어요. 자존심, 체면 등을 뜻하는 어휘로서 일본어 어휘인 가오(顔)가 이렇게 쓰이고 있어요. 이에 대해서는 딱히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이것이 같이 생각나서 역시 기묘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어요. 일본어에서 자존심이나 체면 등을 가리킬 때 쓰는 어휘 또한 일본의 것이 아니기에. 우리나라의 언어생활에서 가오에 해당되는 어휘로 일본에서 잘 쓰이는 표현 중에서는 영어에서 유래한 프라이드(プライド) 및 중국어에서 유래한 멘쯔(面子)가 있어요. 물론 다른 어휘도 쓰이지만, 다른 한자어는 구어에서는 아무래도 사용빈도가 낮긴 해요.

다른 언어의 경우에도 비슷한 게 보이고 있어요.
자부심의 영어 어휘인 pride는 어원이 불분명하지만, 스칸디나비아 반도 각국의 언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고대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어요. 같은 의미의 독일어 슈톨츠(Stolz)는 게르만어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인도유럽조어까지 올라가기도 하죠.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에 다른 언어에서 유래한 어휘를 쓰기도 하는 것은 역시 자연스러운 것인가 싶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