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중의 하나가 교복의 젠더리스화. 즉 성별구분의 완화입니다.
국내에서는 남녀공학의 경우 교복이 성별에 따라서 형태가 다를 뿐 남학생용이든 여학생용이든 기본적으로 배색이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만, 일본의 경우는 아예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즉 한 학교 안에서도 남학생은 검은색 가쿠란에 여학생은 물빛색 바탕에 흰 줄무늬가 든 세일러복이고 거기에 학년별로 스카프가 다르다든지.
그런데 일본에서도 교복디자인이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이 바로 처음에 말했던 젠더리스 교복.
사진출처
(남학생 스커트, 보급은 아직? 확대되는 젠더리스교복...식자층은 "선택지를 늘려라" 2021년 5월 10일 지지통신, 일본어)
이 사진에 등장하는 교복은 오카야마시 소재의 학생복 메이커인 톰보(トンボ)의 것으로, 사진 오른쪽의 것처럼 하의가 슬랙스로 된 여학생교복인 것이 특징입니다. 저렇게 여학생도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된 것은 대략 2015년부터의 일로, 일본내에서 1천개 이상의 학교에서 채택되었습니다. 일본의 중학교 및 고등학교의 수가 15,000개 정도라서 아직 비율로 볼 때 일단 여학생교복의 바지는 소수이긴 합니다만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학생교복입니다.
남학생교복의 선택지는 여전히 하나. 그리고 남학생교복의 하의로 스커트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여학생교복 하의로서 바지를 선택가능하게 한 정책상의 이유에 "성동일성장애(性同一性障害)" 를 가진 학생에의 배려가 있다 보니 그렇습니다. 여성의 바지착용이 급진적으로 여겨졌던 19세기 전반도 아니고, 현대에는 여성이 바지를 입는다고 그걸 의문시하는 시각은 최소한 주요국가에서는 없으니 문제될 건 없으니까요. 그러나 남성의 치마착용은? 여기서 문제가 일어납니다.
성소수자 단체에서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성정체성의 커밍아웃을 강제당한다는 역효과가 날 건 뻔합니다. 실체없는 성정체성으로도 난리가 나는데, 실체있는 사물이자 바로 눈에 보이는 의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선결과제가 몇가지 생겨납니다.
배려의 취지는 좋지만 그 취지의 결과까지 좋을 수 있는가, 누구나 만족할 답안은 존재하는가, 만일 존재하지 않는다면 특정인의 권리를 뺏거나 침해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가, 보고도 못 본척 할것인가, 아니면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라는 결론적인 대안부재로 귀결되는가 등. 그리고 어느 하나 제대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