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대강당에 글을 쓰는 건 또 오랜만이로군요. 예전에는 폴리포닉 월드 포럼의 대강당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이트의 게시판에도 글을 쓰는 일이 잦았는데 최근에는 부족하게나마 연재하고 있는 소설을 제외하고는 글을 쓰는 일이 드물어졌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아무래도 2010년대 이후부터 SNS나 웹사이트 게시판에 (그것이 옳든 그르든) 개인 사상 또는 일상을 올렸다가 몰락하는 사람들을 본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찌 보면 조심할 줄 알게 된 것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좀 과할 정도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된 것이라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1. 일신상의 사정으로 이번 주에 연재 예정이던 시프터즈 56화는 휴재하게 되었습니다. 모종의 이유로 장기간 컴퓨터를 들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렇기에 다음 주에 56화와 57화를 함께 연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부족하게나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2. 컴퓨터를 쓰지 못하다 보니 역으로 핸드폰으로 웹소설이나 이북을 보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는 평소에는 잘 보지 않는 장르도 있는데, 소위 빙의+대체 역사도 있습니다. 빙의+대체 역사란 이름 그대로 역사 속 다른 시대의 인물에 빙의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대체 역사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현대인이나 미래인이 과거의 인물에게 빙의하는 것이죠. 이 중에서 한국사를 바탕으로 쓴 작품은 보통 둘 중 하나의 전개를 따릅니다. 첫째는 대한민국을 어떻게든 강대국으로 성장시키는 내용, 다른 하나는 한국은 답이 없다며 철저하게 일신 영달을 꿈꾸는 내용이죠. 그런데 그중에서 좀 특이한 전개의 작품을 둘 찾았는데 하나는 ‘근육조선’이고, 다른 하나는 ‘고종, 군밤의 왕’입니다. 두 작품의 특징은 바로 나비효과인데, ‘근육조선’은 수양대군에 빙의한 주인공이 ‘조선에 보디빌딩을 대중화시키겠다’라는 생각으로 한 행동들이, ‘고종, 군밤의 왕’은 고종에 빙의한 90대 군밤 장수 노인이 한 선의의 행동들이 기묘한 결과를 내곤 합니다. 이 중, 정통 대체 역사에 가까운 쪽은 ‘고종, 군밤의 왕’ 쪽이라 흥미가 있으신 분은 그쪽을 보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3. 일전에 대강당에 썼던 것처럼 무협이란 장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재미있는 글을 두 개 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인데 요약하자면, 무협 올드팬의 관점에서 본 무협 분류였습니다. 대략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기동무투전 G건담’이 오히려 무협이며, ‘무림여학원’, ‘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 쎄!’ 같은 작품은 무협의 탈을 쓴 가짜라는 내용이었죠. 이유는 전자는 설정상 무협과는 다르지만, 무협지의 정수인 ‘무’와 ‘협’을 담고 있기 때문이며, 후자는 무협지의 설정을 빌려온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글은 좌백 작가가 집필한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6 ? 무협’이었습니다. 좌백 작가는 무협을 이렇게 정의하더군요. ‘무협이란 중원에서 펼쳐지는 무와 협에 대한 과장된 이야기다.’ 이후 네 가지 키워드(무, 협, 중원, 과장)에 대해 따로 서술하는데, 작가나 작품에 따라 넷 중에서 특정 키워드는 무시되기도 하지만, 특정 키워드는 강조되기도 한다는 내용입니다. 좌백 작가가 쓴 관점에서 보자면 이전에 언급한 무협 올드팬의 글은 ‘무와 협’이 중요하고, ‘과장과 중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관점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제가 쓰려고 하는 건 올드팬적 관점에서는 무협이 아닐 공산이 높기는 한데, 뭐 그냥 넘어가고자 합니다. 일단 이건 정리가 된 이후에 고민하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