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항공기제작사 그루먼(Grumman, 현재의 노스롭 그루먼의 전신)이 내놓은 F-14 가변익함재전투기는 특유의 멋진 스타일 덕분에 이미 미 해군에서는 퇴역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팬이 많습니다. 그 F-14 관련으로 별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몇 가지를 간단히 풀어놓을까 싶습니다.
1. 미 공군에 제안된 F-14
꽤나 마이너한, 미 공군 스타일로 도색된 F-14의 등신대 목업입니다.
이것은 미 공군에서 이례적으로 도입한 델타익 전투기인 F-106 델타 다트(Delta Dart)를 대체할 목적으로 그루먼에서 미 공군에 제안된 것으로, 흔히 ADCOM F-14라고 불립니다. 이것은 ADCOM, 즉 우주항공방어사령부(Aerospace Defense Command)에서 쓸 것을 전제로 제안되었으나 결국은 프로젝트 자체가 폐기되었습니다.
2. 일본의 3차 F-X 사업의 후보
일본 항공자위대는 F-104의 후계기로서 여러 제공전투기를 상정했는데, 후보에 미국의 F-14, F-15, F-16, YF-17은 물론 프랑스의 미라주 F1, 스웨덴의 사브 37 비겐, 영국-서독-이탈리아 공동개발의 파나비아 토네이도까지 검토했습니다. 결국 1976년까지 F-14와 F-15의 양자대결로 간 이후 1976년말에 비용 대 효과에서 더욱 우수한 F-15로 결정되어 F-14는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3. 캐나다가 이란의 F-14를 도입하려 했지만...
팔레비 왕조 시대에 F-14를 도입중이었던 이란에서는 1979년에 갑자기 이슬람 원리주의 혁명이 발발하여 팔레비 왕조가 실각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란 공군이 도입중이었던 F-14A가 주문한 80대 중 79번 기체까지 인도된 시점에서 부품도 소모품도 모두 끊어지고 이란에 주재중이었던 미국측의 각종 기술지원 인원이 모두 철수해 버려 이란은 새로 인도된 전투기를 제대로 활용해 보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초기에는 조종사들이 투옥되고 처형되기까지 했다가 이란-이라크 전쟁의 전황이 악화되자 결국은 사형집행일만 기다리던 조종사들이 석방되어 이라크와의 공중전에서 활약했습니다.
이란이 인수한 F-14를 캐나다가 사들일 것도 추진했지만 결국 이것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이란에 인수될 예정이었던 F-14의 80번 기체는 결국 미 해군이 인수하였습니다.
4. ASF-14, 또는 ST21 프로젝트
그루먼이 1990년대 후반부터 미 해군에 취역시킬 것을 의도하여 추진했던 Advanced Strike Fighter-14의 약칭인 ASF-14 또는 공격형 수퍼톰캣 21(Attack Super Tomcat 21)의 약칭인 ST21은 완전신조의 다목적 전투기로서 완전디지탈 조종시스템, 능동주사방식(AESA)의 레이더를 장비하고 내부연료탱크의 용적도 대거 증가된 것은 물론이고 캐노피도 구조가 단순화된 기체였습니다. 이것은 냉전종식 이후 미 해군이 추진하던 진보적 함재전투기(Naval Advanced Tactical Fighter, 약칭 NATF)와는 별도로 그루먼이 제안한 것이었습니다만 결국 소련 붕괴후의 군축기조로 인해 NATF도 ASF-14도 모두 무산되었고, 2000년대부터는 훨씬 저렴하면서도 가동률이 높은 대안인 F/A-18E/F 수퍼호넷이 미 해군의 주력 함재전투기로 취역하는 것으로 궤도수정이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F-14 관련으로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을 몇 가지 다루어 보았습니다.
나중에 여행이 자유롭게 가능해지면 미국 뉴욕의 항공모함 인트레피드 박물관(Intrepid Sea, Air & Space Museum)에 가서 F-14를 비롯한 여러 군용항공기의 실물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