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학부가 전자공학이었어요.
당연히 공학용계산기 없으면 시험치기 힘들었고요.
그래서 공학용계산기를 거금 들여서 샀죠. 총 두대였어요. 한 대는 몇만원짜리 카시오 계산기, 시험 때 그걸 놓고 와서 새로 산 게 10만원짜리 샤프 계산기.
그리고 대학 졸업하고 나서 대학원 들어가니까, 오히려 쓸 일이 별로 없더라고요.
계산할 것이 있긴 했는데 유한체 이론 기반으로 계산해야하고, 그 외에는 알고리즘 기반이니 계산기를 쓸 일이 없죠.
회사 가니까 더더욱 쓸 일이 없었고요.
그러다가 기사시험 날이 다가오길래 (사실 공부 제대로 안했지만 한번 현장 체험이나 해보자는 뜻에서) 준비하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산기를 찾아봤습니다.
카시오 제품은 집에 놓고 왔는지 없고, 10만원짜리가 있길래 그걸 꺼냈습니다.
안 켜지길래 배터리 부분을 봤는데... 배터리에 하얗게 뭐가 잔뜩 생겼더라고요.
"아, 큰일났구나" 싶어서 배터리 일단 분리하고, 새로 배터리 사고, 본체에 붙은 하얀거 최대한 털어낸 다음에 새 배터리 붙혀서 켜 보니까, 6년이 지났는데 켜지긴 하더라고요.
켜지기만 했어요. 액정이 80%는 맛이 가서 이게 무슨 숫자인지도 못 알아봐요.
10만원을 주고 산 건데 아깝더라고요.
더 어이없는 건, 집에 놔두고 갔던 몇만원짜리 공학용계산기는 또 잘 된다고 하네요, 어머니가.
과거로 되돌아가서, 그 10만원으로 저 몇만원짜리 계산기 두 대 더 사라고 해 주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