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진을 남들처럼 잘 찍지도 못하고,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한 고등학교 시절이라도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습니다.
허나 노트북과 외장 하드디스크에서 찾은 사진과, 그리고 제 친구가 이전에 공유했던 예전 사진을 줌으로서
여남은 추억의 조각이나마 보여 드립니다.
저는 대강당 최소준수사항을 준수하므로 경기도에 있는 어느 농업 고등학교에 다녔다는 말씀만 드릴게요.
2010/4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안 된 시기에 찍은 기숙사입니다.
그 당시 저는 기숙사, 식당, 학교 본관 외의 학교 지리를 깨우치지 못했지만
새로 사귄 친구들의 이름은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었던 상태였습니다.
2010/4월
학교 지리를 익히기 위해 산책하는 중 무심코 석양을 바라보면서 찍은 풍경입니다.
2010/4월
축구장으로, 야외 공식 행사장으로 쓰였던 학교 운동장입니다. 간단한 농기계 실습 (관리기, 콤바인 등) 도 여기에서 했었습니다.
여름에는 뒤의 숲들이 퍼걸러 역할을 해 주고, 가을 즈음에는 새콤달콤한 꽃사과가 열렸습니다.
2010/4월
고등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의 집에 처음 놀러 갔을 때 보았던 동물 모양 조각품입니다.
원래 나무 모양대로 이런 모양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당시에는 정말 신기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습니다.)
2010/5월
고등학교 3년 내내 주중에는 기숙사에서 지내고 주말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학교에서 집으로 갔는데,
집으로 가는 길에 본 잘 어우러진 풍경에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2010/7월
여름의 기숙사는 창문을 다 열고도 더위 때문에 밤에 잠을 깬 적이 한 달에 사흘 안팎 정도였을 정도로 매우 더웠습니다.
기숙사 사감 선생님 몰래 선풍기를 가지고 와서 더위를 식혔던 일이 기억나네요.
2010/7월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중에 주중에는 학교에서 여름 특강을 듣고,
주말에는 집에서 가까운 아버지 친구 되시는 분의 농장에서 소 사료를 주는 일을 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젖소든, 한우든 소가 매우 좋습니다.
2010/8월
2학기 개학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반 친구가 저도 모르게 찍은 제 모습입니다.
제 걸상이 다른 사람들의 걸상에 비해 꽤 크죠? 사실 1학년 초에 학교에서 제 키에 맞춰 특별히 개조해 주었습니다.
이 책걸상은 졸업식까지 저를 따라다녔지요.
2010/8월
학교 과제 발표회 때 발표 소재로 만든 토마토잼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점에서 배웠던 PPT 기법들을 모두 활용했지만 당시 선배들의 PPT 자료에 비하면 매우 지저분했던 상태였습니다.
2010/11월
1학년 생활도 후반기에 접어든 시점에 찍은 일출입니다.
당시 6시경에 기상하면 기숙사 창문을 통해 바로 이런 진풍경을 볼 수 있었지요.
2011/4월
학교에서 '영농과제실습' 이라는 수업 주 소재로 활용했던 병아리들입니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양계장까지 직접 찾아가서 이 아이들을 받아 왔었지요.
(물론 이 아이들 상당수는 다 자란 그 해 7월에 닭고기가 되어 팔렸습니다.)
2011/4월
당시 구제역의 악명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시점이어서 5월까지는 집에서 길렀습니다.
저희 조는 공장에서 나온 닭사료에 집 근처의 식품공장에서 부산물로 나온 멸치가루, 깻묵, 겨 등을 섞어 병아리들에게 먹였습니다.
2011/5월
병아리들을 학교로 옮겼을 때입니다. 처음 집으로 데리고 왔을 떄는 성별을 몰랐었는데, 이 때부터 성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세어 보니 수탉이 7마리, 암탉이 3마리였습니다.
2011/7월
농기계공동실습장에서 저희 반이 단체로 농기계 교육 연수를 받을 때입니다.
저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게차, 경운기를 제외한 나머지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잘 다룹니다.)
2011/8월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중에 학교에서 보내주는 현장실습 겸 근로봉사로 경남 합천에 있는 양돈장에 갔을 때입니다.
처음에는 돼지 분뇨 냄새를 코가 아플 정도로 싫어했지만 적응하니 매일 입는 옷처럼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닷새 정도 농장에서 일하면서 우리가 맛있게 먹는 육류가 이런 과정을 개의치 않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2012/5월
단체 견학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던 조경박람회에 갔을 때 보았던 경사로를 활용한 정원입니다.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에 유용한 정원이라 생각했습니다.
2012/8월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중에 한 대학교로 농업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 보았던 원예 시설들입니다.
오래 전부터 들어 온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의 농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달리
발전성이 충분한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첨단 기술들이 끊임 없이 융합된다면요.
2012/8월
농업 교육 중 시설 원예를 구성하는 간단한 전자 회로를 만들어 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후배와 머리를 맞대고 서로 만들어 보며 전자 회로의 무궁무진함에 감탄을 하였습니다.
2012/8월
농업 교육을 받은 과정을 발표회에서 발표할 때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발표자료에 비해 PPT 제작 노하우를 많이 쌓아 내용이 훨씬 깔끔해졌지만 현재도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발표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더 보여드리고 싶어도 사진을 워낙 찍어 놓지 않아 다시 훑어볼 수 있도록 남긴 제 추억의 조각은 이것들밖에 없네요.
고등학교 3년 동안 비록 중학교까지의 아프고 치떨리는 기억들이 트라우마가 되어 교우 관계 등에서 제 발목을 잡을 때도 종종 있었지만
새로운 벗들이 힘이 되어 주고, 억눌려 있던 어깨에 힘을 주고 제 주장을 펼칠 수 있었던 매우 즐거웠던 시간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