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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의 즐길 거리가 많은 던전, 바람이 속삭이는 동굴

대왕고래 2020.06.28 01:31:48

파이널 판타지 1의 GBA판에는, 각 스토리 보스를 쓰러트리면 하나씩 열리는 이른바 "소울 오브 카오스" 던전이라는 게 존재하죠.

보스들은 다른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보스들이 나오고, 가장 쉬운 "대지의 은혜의 사당"에 나오는 보스들조차도 즉사기를 아무렇지 않게 날려대기 때문에 첫 보스를 잡은 시점에서는 상대하기 힘들죠.

심지어 몹들도 은근히 강한 편이고 좋은 아이템들도 잘 나오기 때문에 이 던전들에 적응되면 스토리진행이 너무 편해질 정도로 캐릭터가 강해져있고, 최종보스마저도 간단히 썰려버리죠.


소울 오브 카오스 던전은 총 네가지가 존재하는데, 다음 네가지에요. 각각 특이한 플로어가 존재하죠.


사실 다른 카오스 던전은 그냥 조금 어려운 몬스터가 나오고, 중간중간에 랜덤한 층에 특수 플로어가 끼어있는 느낌이었죠. 추가 보스들을 상대하는 게 가장 큰 컨텐츠였어요. 특히 오메가와 신룡이 나오는 치유의 물의 동굴.
그런데 바람이 속삭이는 동굴은, 아래같은 인상적인 특수 플로어 덕분에 보스전 뿐만 아니라, 던전 자체도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 명칭들은 제가 임의적으로 붙힌 겁니다.
※ 플로어 이미지 출처 : https://valentine--heart.tumblr.com/post/162674899184/whisperwind-cove-maps-part-3-part-1-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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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상점 플로어에요.

온갖 마법사 NPC들이 돌아다니면서, 본편에서 나온 Lv8까지의 마법 및 마법무기, 마법 아이템들을 판매하는 플로어.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Lv8 마법을 판매하는 NPC와, 마법내성 아이템인 커튼류를 파는 NPC.

사실 둘 다 스토리 내에서도 만날 수 있긴 한데, 마을에서 은근히 깊숙히 들어가야 나오는지라 첫 플레이때는 전혀 몰랐었죠.

특히 Lv8 마법을 파는 NPC가 문제인데... 딱 봐도 마을 출구로 보이는 곳이 사실은 출구가 아닌지라, 그쪽으로 그냥 쭉 걸어가면 동떨어진 위치에 마법가게가 있더라고요. 공략 보고서야 알았어요.

암튼 그렇게 해서 저는 저 플로어에서 Lv8 마법 (특히 부활마법인 아레이즈)을 처음 구매했기 때문에, 저 플로어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네요.

몬스터가 전혀 나오지 않기에 은근 평화로운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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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마을 플로어.

여기저기에 반파된 로봇이 가득하고, 그나마 반파되지 않은 로봇은 둘 뿐에 한 로봇은 망가진 상태라 반파된 로봇에서 잔해를 찾아서 갖다줘야하죠.

세기말적인 분위기가 맘에 드는 플로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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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프들의 마을 플로어입니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일본쪽 이야기로 알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해요. 지푸라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답례로 물건을 받고, 그걸 다른 사람과 교환해서 결국에는 엄청 귀중한 걸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이 플로어가 딱 그런 구조에요.

한 드워프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면 아이템을 받고, 그걸 다른 드워프에게 줘서 그 드워프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면 다른 아이템을 받고, 그걸 또 다른 드워프에게... 이걸 반복해서 "스타루비"를 얻고, 그것으로 골목을 막고 있는 골렘을 비켜나게 하는 구조에요.


로봇 마을 플로어도 그렇고, 몬스터 배틀 외의 퍼즐적인 요소를 도입해서 다른 재미를 도입했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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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몬스터들의 영혼들이 있는 플로어입니다.

지금까지 플레이하면서 죽여온 몬스터들의 영혼이 있고, 말을 걸면 한마디씩 하면서 성불하죠.

고스트는 "제발 디아는 쓰지 말아줘!" (디아 : 聖 속성 마법) 라고 하면서 성불하고, 어떤 몬스터는 "사실은 인간이 되고 싶었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몬스터는 "그냥 우리 공주님 좀 보려고 나왔다가 죽었어"하면서 한탄하기도 하고...

저 영혼들 중에는 초반에 상대했던 보스몹인 아스토스나 뱀파이어도 있고, 말을 걸면 복수하려고 싸움을 걸기도 하죠. 그래봤자 이젠 잡몹수준이라...


여태까지 플레이해오면서 만난 몹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꽤 인상적이었어요.


그 외에도 여러 플로어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들은 저것들이네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아래 플로어, 3번째 보스가 나오는 30층 고정 이벤트.


(26분 18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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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층에 도착하게 되면 파이널 판타지 1 게임오버 BGM이 들려오면서, 저주받은 마을에 도착하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전부 저주인지 뭔지 모를 것 때문에 피부가 하얗게 변해버렸고 말을 걸면 도와달라면서 신음하죠. 몇몇 사람들은 아예 돌이 되어 굳어버렸어요. 그야말로 끔찍하고 처참한 광경이에요.

모든 것의 원인은 중앙에 있는 집 안에 있는, 본 던전 3번째 보스 때문에 벌어진 것. 주인공들은 저주받은 마을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이 사태의 원인인 3번째 보스에게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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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s://blog.naver.com/mins_up/130011577315)


그 정체는 파이널 판타지 6의 마열차.

저는 무슨 미친 악마나 뭐 그런 걸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열차가 나오더라고요. 정말 희안했어요.

대체 왜 마열차가 마을에 나타난건지, 이 열차가 무슨 짓을 했길래 마을이 저 지경이 되었는지 등등이 의문스러웠지만 앞서 마을 분위기에 압도된지라 신경 안 쓰고 보스전을 치루었죠. 그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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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마을에는 꽃이 피고, 마을 사람들은 석화에서 풀려나고 다시 생기를 되찾았죠.


오히려 이게 던전 마지막 보스한테 가야했던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보스 이벤트였어요.

바람이 속삭이는 동굴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 이 플로어가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에요. 


단순히 몬스터만 잡는 던전이 아닌, 퍼즐적인 요소도 있고, 재정비할 수 있는 구간도 있는데다가, 인상적인 보스 이벤트까지 있는 던전.

그래서 다른 소울 오브 카오스 던전보다 바람이 속삭이는 동굴이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