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순화의 광풍이 불 때의 일인데, 서양풍 이름을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이름이 다른 언어의 것에서 비슷하게 읽히면 그건 사대주의이니까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부끄러워해야 하고 그런 이름은 개명해야 한다는 막나가는 주장이었지요. 그래서 남자 이름으로는 철수, 한수 등의 것이, 여자 이름으로는 수지, 미라, 유리 등의 것이, 남녀에 두루 쓸 수 있는 이름으로는 준, 진, 재인, 영 등의 것이 배척해야 할 이름이라는 헛소리도 난무했습니다.
일단 거명한 것을 서양의 다른 이름에 대응시키면 이렇게 됩니다.
- 철수 - Charles
- 한수 - Hans
- 수지 - Susie
- 미라 - Mira/Myra
- 유리 - Yuri/Juri
- 준 - June
- 진 - Jean
- 재인 - Jane
- 영 - Young
그러니까 이런 이름이 사대주의적이라서 배척대상이라고.
여기에 얼마나 동의할 수 있는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일본어로 읽히는 이름은 친일파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런 것이지요. 영웅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한자표기가 英雄인 한국인이 있으면, 그의 이름 한자가 일본식으로 "히데오" 로 읽히니까 그 이름을 가지면 친일파. 이미 1980년대만 하더라도 여자아이의 이름에 자(子)가 쓰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아이들이 "일본년" 이라는 비칭으로 놀림받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의 대학가에서는 더했는데, 웃기는 것은 당시 대학 내에서 그렇게 주장하던 선배의 이름도 일본식으로 읽으면 "세이카" 라는 일본식 이름이 된다는 것.
민중이 쓰던 순우리말 이름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정작 돌쇠니 꽃분이니 하는 식으로 개명한 사례는 그때도 지금도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그 세이카 선배같은 사람만 봐도 이미 결론은 확실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