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바쁩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일단 직장에서는 또 본사로 보내서 컴퓨터 케이스 조립을 거들라고 하는데, 무슨 시장에서 노예 하나 더 사온 것처럼 미친듯이 굴립니다. 좀 편하게 쉰다 싶으면 바로 눈치와 언질을 주고, '주말에도 나올 수 있어? 강요는 안 해'라며 아예 뽕을 뽑으려고 들더군요. 물론 주말근무 신청서는 확실히 작성하니 별도로 휴가가 나오겠지만, 원래 근무처에서도 휴가 쓰는 게 눈치보이는 마당에 무슨 소용입니까. 뭐 엄청나게 사견이 들어갔다보니 택배 상하차 같은 것에 비하면 엄청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기분이 그래요. 분명히 도와주러 투입된 건데 주객전도가 된 것 같아서.
집에서는 그나마 기분 좋게 바쁜 편입니다. 3주 안에 5만 4천 단어짜리 게임을 번역해야 하는 강행군이지만요. (게임 이름은 홍보나 스포일러 문제상 거론하지 않겠습니다만) 사이버펑크 + 배달부 계열이라 제 소설과도 분위기가 얼추 비슷하다 보니 재밌게 읽어가며 번역하고 있습니다. 다만 위의 조립작업과 병행하려니 낮에 체력을 다 써버려서 저녁에 얼마나 작업할 수 있을지 고민이네요. 퇴근할 때마다 편의점에서 홍삼액을 사가야 하나...
그 밖에 소설 쓰기에 대해선, 아직도 방향을 잡는 중입니다. 정확히는, 작품 전체적으로 방황하던 '왜 자경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하는가'의 해답을 어느 정도 찾았습니다. 이 자경 네트워크는 자경단을 도시 전체로 확대한 거라 보시면 됩니다. 뭐라고 할까, 8~90년대 드라마에 나올 법한 '여러분이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동네 흥신소' 같은 느낌일까요? 그래서 지역 사회의 위기가 될 만한 사안을 기존의 에피소드 목록에서 몇 가지를 추리고, '그러면 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생각했더니 저런 생각이 나오더군요. 사실 이전의 구상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굳이 차이를 두자면 이전에는 레스터 일행이 '생판 남'을 돕는 거였다면, 이번에는 '동네 사람'을 돕는 걸로 약간 가까워진 정도?
오늘치 작업을 끝내고 자려고 급하게 쓰다 보니 두서가 없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