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4월 1일어서 이런 제목이 만우절 농담같이 보이지만, 농담이 아니고 사실이예요.
정말로, 석유 가격이 마이너스가 되어 버린 바람에 이런 일까지 발생해 버렸으니까요.
이 기묘한 사태는 미국 와이오밍(Wyoming) 주에서 시작하였어요.
관련보도를 볼께요.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생산되는 석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중질유인 Wyoming General Sour,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경질유인 Wyoming General Sweet가 있어요. 황화수소 및 이산화탄소 함량이 적고 가솔린 함량이 높아서 상품가치가 높은 경질유가 실제로 비교적 단맛을 내고, 이런 사실이 19세기의 석유 개발자들이 직접 석유를 맛보면서 알려졌다고 해서 경질유를 Sweet, 중질유를 Sour로 부르는 데에서 이렇게 분류가 되는 것이죠.
다시 마이너스의 가격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사정은 이러해요.
미국의 석유트레이더 머큐리아(Mercuria)가 와이오밍산 중질유 중에서도 아스팔트 제조용의 초중질유인 Wyoming Asphalt Sour의 배럴당 가격을 -19센트로 입찰하기까지 했는데, 이미 그 이전에도 셰일가스의 등장 이후 원유 및 가스 가격이 2016년 2월 이후로 계속 떨어지다가 지난주에는 주간 최대의 낙폭을 기록하기까지 하였어요. 게다가 수익성이 좋은 가솔린의 함량이 극히 적거나 없어서 가솔린 생산을 위해 크래킹 등의 추가비용이 드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 등의 중질유는 특히 인기가 없어서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데다, 생산된 석유를 저장할 시설 또한 용량이 한계에 근접하고 있어요. 이렇게 되다가는 보관 및 운송비용도 건질 수 없게 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더 큰 손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돈과 석유를 같이 가져가라는 고육지책이 차라리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요.
현재 미국 전체의 가용 석유저장공간은 일일 생산량 기준으로 미국 전역으로는 30.2일분이 남아 있는데,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미국 에너지청이 관할하는 방어구역 석유행정기구(Petroleum Administration for Defense Districts, 약칭 PADD)의 제4관할구역의 경우 12.8일분만 남아 있어요. 위의 와이오밍주가 바로 제4관할구역에 속한 록키산맥 구역인 PADD IV.
게다가 이미 벌어지고 있는데다 수습도 안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맹국 중 최대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싸움 의 여파로 이 나라들도 가용 석유저장공간이 부족한데다 상태가 더욱 좋지 않아요. 사우디아라비아는 18일분, 러시아는 겨우 8일분.
코로나19 판데믹 사태로 석유의 수요 자체가 크게 위축된 상황하에서 벌어지는 석유싸움에 마이너스의 가격마저 등장한 상황을 보면 또 무슨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질지 예측조차 힘들어 보여요. 이것을 후대의 역사가들은 제3차 오일쇼크라고 평할지도 모르겠어요.
이미 7년 전에 쓴 글인
폴리포닉 월드의 에너지정책 개요 및 타임라인(공작창 문서, 로그인 필요)에서 예측한 것처럼 석유가격이 1달러대 내지는 그 이하로 떨어지고 배럴당 세 자리수를 곧 돌파하고도 유지하겠다 싶었던 단가가 이제는 10달러대도 방어하기에 힘든 경우가 쏟아지고 있어요. 정말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싶지만 이게 현실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