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청소하던 도중에 동생이 약봉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미 내용물은 2007년 여름에 다 복용되어 있고 현재의 건강의 원천이 되어 있는 터라 그 약봉지는 이미 소임을 다했습니다만, 동생이 그 약봉지를 발견한 후에 저에게 내밀었을 때 저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해 상반기의 하루하루는 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하루에 간신히 깨어 있는 몇 시간 동안에도 하루하루 죽어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내일 일어날지 전혀 보장할 수도 없었습니다. 면회 시간이 끝나 동생이 돌아갈 때 동생 본인은 태연한 척했지만, 다음날 오면 밤중에 많이 울었는지 눈이 많이 부어 있는데다 충혈되어 있다는 것이 역력했습니다.
결국 그 해 상반기의 끝을 2주 남짓 남기고 퇴원하기는 했습니다만, 이전과는 다소 다른 몸 상태에 한숨을 쉬어야 했습니다.
퇴원 이후에도 통원치료는 계속되었고, 당시의 후유증으로 대중교통 이용도 운전도 불가능했던 저의 통원을 위해 동생이 운전하는 승용차의 조수석에 의존하는 생활이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이제 그때로부터 12년하고도 반 지난 시점.
그때의 약봉지가 집에 남아 있었던 것도 기이하지만, 단지 조제된 약을 담는 용도이고 조제일자와 저의 이름이 쓰여져 있을 뿐인 종이봉투가 지난 날들을 이렇게 떠올리게 하는 것인지...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흐름을 이렇게 약봉지에서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