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는 다소 늦게 다루게 된 점에 먼저 양해를 구할께요.
일단, 외신 기사를 하나 참조해 보시면 좋아요.
이란은 전통적인 산유국으로 원유에서도 가스에서도 세계 상위권의 확인된 가채매장량을 자랑하고 있어요. 원유의 경우는 세계의 10%, 그리고 가스의 경우는 세계의 15%를 차지할 정도. 지난주의 유전 추가발견으로 원유의 확인된 가채매장량이 당초 530억 배럴(=72억톤) 규모로 발표되었다가 220억 배럴(=30억톤)로 축소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란은 원유기준 보유량 세계 4위 및 가스기준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새 유전 발견을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만큼 이란의 새 유전 발견은 이란 국내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음이 분명해요. 게다가 미국이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즉 이란 정부나 기업과의 거래를 하는 모든 외국기업에 대해서도 미국이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관철하는 터라 이란의 경제상황은 더욱 험난해지고 있어서 이란으로서는 자국의 인력과 기술로 달성한 이 성과를 자찬할만도 하겠어요.
그렇지만, 이란이 어떤 길을 걸어왔고 또 어떤 길로 갈지를 예상해 본다면, 이란이 걸을 길은 제2의 노르웨이일 것은 아닐 것 같네요.
세계 유수의 산유국 중 충분히 큰 국내시장, 고도화된 산업수준 및 세계적인 영향력을 두루 겸비한 미국, 영국, 캐나다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산유국들의 상태는 좋은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욱 많아요. 일례로 러시아는 막대한 이익을 기록했지만 소련 해체후 산업재건의 귀중한 기회를 날려버리고 국내총생산 및 순자산 보유량이 우리나라보다도 더욱 줄어든 상황에 있고, 베네수엘라는 세계최대의 석유 가채매장량을 기록하고도 이미 답없을 정도로 국가경제가 망해 있는데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정국불안, 적도기니에서는 부의 편중 문제가 고착화되어 있는 문제가 있어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석유가격 급락으로 국채발행, 국민에의 세금부과 및 국영기업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를 상장회사로 재편하는 등의 개혁에 박차를 가하거나 아랍에미리트나 카타르같이 석유의존도를 줄이고 아시아, 유럽 및 아프리카를 잇는 세계 항공교통의 허브로서의 도약을 추진하는 성공적인 국가도 있지만요.
소규모 산유국 중의 모범사례는 노르웨이인데, 석유 수출로 얻은 이익을 자금원으로 하여 노르웨이 정부 연금펀드 글로벌(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을 조성해 두었어요. 이 국부펀드는 1조 달러를 넘는 세계최대의 것으로, 노르웨이의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20만 달러에 육박할 정도예요.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축적해 두었지만 흥청망청 쓰기보다는 지혜롭게 아껴쓰고 현재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노르웨이의 정책은,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으로 불렸던 자원의 저주를 극복한 거의 유일한 사례로 굳건히 유지되고 있어요.
그런데 이란이 이렇게 노르웨이같이 행동할지는, 솔직히 기대할 수가 없겠네요.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와 그로 인한 내핍의 감수, 이란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는 허위와 기만, 전근대적인 사회기풍으로 점철된 경직된 사고방식 및 서구문명 거부와 국제사회에서의 비협조노선 견지 등을 유지하는 이상 이란이 제2의 노르웨이를 지향할 리는 없을 거예요. 항공우주산업, 문화 등에서의 경쟁력과 유럽 전역에 걸친 영향력을 가진 러시아를 모델로 삼기에는 이란은 하드파워도 소프트파워도 부족하고, 원유가격이 극단적으로 높았을 때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했던 이란이 지금 와서 뭔가 다르게 행동할 가능성도 없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