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경악시킨 세칭 "땅콩회항" 이 발생 5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에 생각나는 게 하나 있어요.
그 이후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각종 횡포인 세칭 "갑질" 은 얼마나 사라졌을까 하는 질문.
결론부터 말해 볼까요?
갑질은 범접할 수 없는 지위의 높은 사람들의 일탈? 일반인은 갑질의 피해자가 될 따름?
전혀 아니예요. 게다가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갑질의 예비공동정범은 생활권의 여러 곳에서 활발히 육성중이거든요.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렇게 갑질이 널렸는데, 그런 사람들이 입신양명해서 바르고 도덕적일 수 있다고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일지도요.
이게 심한 비약일까요?
이 기사가 다른 세계의 것을 다루었거나 허구가 아닌 이상, 현실인 점을 금방 지각할 수 있을 거예요.
기사에 나온 갑질의 구체적인 양상은 악질 그 자체.
초단기 계약의 반복, 합법 여부에 상관없는 마구잡이로 부려먹기, 반론의 여지 원천봉쇄, 고질적인 연령차별.
이미 4년 전에 롯데호텔이 초단기 고용계약서를 일 단위로 쓰게 한 아주 창의적인 갑질 방법(
우리가 일회용품입니까?, MBC뉴스 2015년 11월 2일 기사 참조)이, 이제는 대기업의 호텔체인은 물론이고 주거지라면 어디에나 있는 아파트단지에도 구석구석 침투했어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일부 대기업의 갑질이 이제 누구라도 타인보다 우월하다 싶으면 전방위적으로 행사가능한 갑질의 대중화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이전에는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교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 바깥 사정에 눈치를 보는 갑질이 횡행했다면, 이제는 그런 최소한의 염치도 모르는, "내가 갑질이라면 갑질인 거야!!" 라고 갑질의 주체가 되고, 그 객체에게는 어떤 짓이든 해도 정당화된다는 몰염치의 대중화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런 환경에서 갑질을 체화한 사람들이 장차 더 큰 권한을 가진다고 하죠.
아파트 경비원을 마구잡이로 다루던 그 과거의 경험치와의 전면단절? 개과천선? 어림없어요.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없는데 전면단절이든 개과천선이든 전제가 만족되지 않으니 애초에 불가능하죠. 정말 제대로 갑질하는 더 강한 상대에게 눌려서 비참하고 더러운 꼴을 마주해야 달라질까요?
불과 4, 5년 전의 역사도 온데간데없는 갑질과 몰염치의 대중화.
갑질의 예비공동정범은 이렇게 여기저기서 잘 육성되고 있고, 이제는 공동정범이 될 차례만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