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보급의 본격화 시기인 198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던 사람으로서 옛날의 냉장고 이야기를 좀 해 봐야겠습니다.
냉장고가 과소비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과소비라는 말이 명확한 개념정의 없이 남발되는 경향이 꽤 있었고, 당시 보급이 한참 이루어지던 때에 이런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4인가족 기준의 적합한 냉장고 내부용적은 150리터 정도이고, 그것을 넘으면 과소비라나요. 별의별 간섭이 많았습니다. 1988년경에 저희집이 마련했던 냉장고의 용적이 510리터 정도였는데, 호구조사 때 온갖 비난과 험담이 있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1980년대의 대표적인 냉장고 브랜드 하면 대우전자의 대우IC냉장고, 금성사(현재의 LG전자)의 싱싱냉장고 등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것인데, 그 중 대우IC냉장고는 온도조절패널이 냉장고의 외부에 나와 있었다 보니 일일이 열지 않고 조작가능해서 편리했던 게 생각납니다. 1988년 때에 집에서 마련한 냉장고가 바로 대우IC냉장고였던 것은 아직도 생각납니다(
광고영상 참조).
예전에 썼던 글인
유리병 관련으로 간단히 몇 가지.에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유리병 관련 사고는 역시 냉장고와도 쉽사리 뗄 수 없었습니다. 농약이나 화공약품 등을 냉장고에 보관해 두는 경우가 많았다 보니 늘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게다가 농어촌 지역은 이웃집 사정에 간섭하는 경우도 많았다 보니 혹시 이웃집에서 냉장고를 빌리려고 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습니다. 우려하던 일이 이사하기 전까지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기는 했습니다만...
당시 어른들의 냉장고에 대한 잘못된 믿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냉장고는 음식물의 부패를 완전히 방지해 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냉장고의 능력을 과신하다 보니 아껴둔다고 수년간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물이 나중에 꺼내놓고 보니 그냥 그대로 쓰레기가 되어버린 경우도 많았고, 그 변질된 버린 식재료를 아깝다고 요리해 먹었다가 식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고, 정말 별 일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정전도 그리 드물지는 않았다 보니 냉장고에 대한 과신은 더욱 큰 피해로 이어지고 그랬습니다.
고등학생 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우게 되었는데, 냉장고의 독일어 어휘가 굉장히 정직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영어로는 Refrigerator이지만 독일어로는 Kühlschrank. 글자 그대로 차게 식히는 보관함.
이렇게 써 놓고 나니까 1988년 당시가 참으로 아득해 보입니다.
그 해에 데뷔한 보잉 747-400도 이제는 세계의 여러 항공사에서 급거 퇴역중이고,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