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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수업] 짐을 내려놓지 않으면 가라앉을 판국

Lester 2019.09.16 16:52:36

일단 추석은 거의 집에서만 지냈습니다. 부모님은 여행 다녀오시라고 하고, 저는 허리도 아프고 부산 다녀온 것의 후유증 때문인지 거의 앉거나 누워서 지냈네요. 그 많은 시간 동안 한 줄도 못 썼다는 게 굉장히 충격적이다 못해 부끄럽지만요. 여기에 대해선 아래에서 써 볼 생각입니다. 어쨌든 추석에는 원없이 쉬기만 했습니다.


이전 글에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잠이라는 이름의 명상을 쭉 하다 보니 "저거 다 쓸 수도 없으면서, 목록 긴 것만 보고 대리만족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반절 이상은 사실이기도 하고요. 쓸지 안쓸지 모르는 소재만 쌓아두고 자료조사는 열심히 했다며 만족하고 말아버리는... 그러니까 굉장히 위험한 상태인거죠. 제목대로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더더욱 자료만 끌어안다 끝장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버리기엔 대부분 아까운 소재들이긴 하지만 쓰지 않아도 될, 아니 '쓸 수 없는 / 쓰면 안 되는' 이유를 하나씩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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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TA 시리즈

?- 세계관이 완전히 다르다.

?- 사이드미션 및 기타 기능은 추가요소일 뿐 핵심 줄거리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 게다가 팬픽 쓸 때의 영향이 남아서 아직도 '게임으로 가능한가'의 여부를 따지게 된다.

?- 가끔식 대도시 생활을 참고할 용도로만 보면 충분할 듯하다.


(2)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

?- 스포츠카는 브랜드도 다섯 개 이상 못 댈 정도로 아무것도 모른다.

?- 게다가 이미지 문제 때문에 함부로 거론할 수도 없다.

?- 사실상 참고의 의미가 없다.


(3) 역전재판, L.A. 느와르, 총성과 다이아몬드 등

?- 시스템을 참고한다고는 하지만 소설에서는 선택지를 구현하기 힘들다.

?- 게다가 선택지보다는 그 사건의 내막이 더욱 중요하다.

?- (1) 증거 제시, (2) 화제 돌리기 2가지면 충분하다.


(4) Another Case Solved, Floor 13, Covert Action, 디스 이즈 더 폴리스, 히트맨 시리즈, 페이데이 2 등

?- 저 모든 작품의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도 한세월이다.

?- 차라리 스토리를 생각해보고 그때그때 참고하는 게 더 빠를 것이다.

?- 그나마 가장 도움이 되는 건 Floor 13이나 Covert Action이다.


(5) 세인츠 로우 시리즈, 슬리핑 독스, 용과 같이 시리즈 등

?- (1)번과 마찬가지로 추가요소는 핵심 줄거리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 추가요소를 부풀린다기보단, 핵심에서 추가요소로 나가는 방향을 고려하라.


(6) 명탐정 코난, 김전일, 마인탐정 네우로, 데드 라이징(게임) 등

?- (5)와 마찬가지. 구태여 다른 작품을 억지로 집어삼킬 이유도 필요도 없다.

?- 패러디 위주로 나가고 싶은 건지, 나만의 세계관을 풀어내고 싶은 건지 확실히 정해라.


(7)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주로 에치오 3부작), 심시티, 삼국지 시리즈 등

?- 뒷세계와의 공생 같은 건 마음대로 구상하면 된다. 굳이 모티브를 찾을 필요는 없다.

?- (5)와 마찬가지로 시스템에 끼워맞추지 말고 핵심 스토리를 먼저 생각해라.


(8) 기타 고전게임 및 작품

?- 맵은 맵일 뿐, 결국 스토리는 내가 만들어서 붙이는 것이다.

?- 다른 세계관의 편입 역시 (5)와 마찬가지로 억지로 가져와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


(A) 기타 언급하지 않았지만 활용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가나다순)

?- 가가탐정사무소 : 셜록 홈즈 시리즈는 나도 알고 있다.

?- 라면요리왕 : 라멘에 대해서 모른다.

?- 레프트 4 데드 시리즈 : 주인공 일행을 구태여 끌어올 이유가 있나?

?- 마스터 키튼 : 국제정세에 대해서 모른다.

?- 마작의 제왕 테츠야 : 마작에 대해서 모른다.

?- 바텐더 : 칵테일에 대해서 모른다.

?- 번 레이트 : 차라리 스토리부터 만들고 직원 이름을 붙이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나?

?- 보난자 브라더스 : 배경은 패러디해도 되겠다만 필요한가?

?- 심야식당 : 동네 묘사는 참고가 되겠지만 너무 일본 위주다.

?- 소믈리에르 : 와인에 대해서 모른다.

?- 원피스 : 해적이고 그 쪽도 패러디 위주로 돌아간다.

?- 크레이지 택시 : 장소에 대한 스토리라고 해도, 그 장소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

?- 페이퍼 플리즈 : 국가는 패러디해도 되겠다만 필요한가?

?- 헌터 x 헌터 : 이쪽도 패러디 위주로 돌아간다.

?- ARIA : 힐링물로서의 분위기는 참고할만 하겠지만, 캐릭터는 패러디할 필요가 있는가?

?- Q.E.D. 증명종료 : 내가 트릭을 못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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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리스트에 대한 분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네요.

?- 알지도 못하면서 참고한다고 적어놓은 것들이 꽤 된다.

?- 해당 작품의 캐릭터나 요소를 가져와서 '부풀리는 것'을 전제로 삼고 있다.

?- 그렇게 부풀린다고 해봤자 추가 에피소드일 뿐, 핵심 스토리에는 보탬이 되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계속 추가 에피소드로 연명하겠다면서 쓸데없는 자료를 조사하며 시간을 때운 거죠. 이렇게 뻔한 걸 이제서야 깨달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솔직히 가장 큰 문제는 이겁니다. '작품에서는 작가가 신이니까 마음대로 묘사해도 된다'인데 계속 현실성이니 뭐니 하는 문제에 얽매인다는 거죠. 경찰이 무능하거나 부패가 만연해야 주인공 콤비가 활약할 수 있는 거니까요. 이 세계관에 대한 대략적인 사항은 나중에 글을 따로 써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략적인 건 잡혀 있는데 글로 정리한 것 같진 않아서요. 잊어버리기 전에 잠깐 짧게 정리하면 이 정도가 되겠네요.


?- 9/11이 발생하지 않아 세계적으로 평화롭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있는 상태.

?- 경찰에 대한 제도적/경제적 지원이 약간 미비하여 안팎으로 문제가 많다.

?- 범죄계는 마피아와 카르텔, 동양계, 길거리 갱단이 혼전을 벌이고 있다.

?- 주인공 콤비는 범죄계와 부패 때문에 생긴 온갖 문제를 자신들의 방법으로 해결하며 과거를 파헤치는 것이 목표다.


당장 생각난 것만 적어서 막연하니, 추가 설명은 다음 글에서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