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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수탉재판

마드리갈 2019.09.06 19:13:07
최근 프랑스에서 벌어진 한 기묘한 재판은 결국 아침에 수탉이 울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났어요. 그냥 이 사실 하나만 놓고 보면 중세유럽의 동물재판의 연장같은데, 속사정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무엇을 어디까지 소음으로 규정하고 규제해야 하는가에 대한 씁쓸한 현실이 보이고 있어요.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두 언론기사를 소개해 놓을께요.
'울 권리' 보장 받은 프랑스 수탉... 위자료까지 받아내, 2019년 9월 6일 조선닷컴 기사
'I've gotta crow': Maurice the French rooster wins courtroom cock fight, 2019년 6월 6일 NBC News 기사(영어)

사건의 쟁점은 아침의 닭 울음소리가 소음공해인 것인가에 대한 논박.

수탉 주인의 변호인측은 닭의 울음소리가 소음공해라면 2가지 조건 중의 하나 이상은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정도가 심하거나 영구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그렇지만 그 조건은 어느 것 하나 만족되지 않았고, 따라서 판결은 수탉 측이 승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 측이 피고인 수탉 측에 1,000유로(=130만원 상당)의 위자료까지 지불하는 것으로 낙착되었어요.


이 사안은 프랑스 각지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양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해요.

생활환경에서 나는 각종 소리, 냄새 등에 대해 소송이 진행중이고, 또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살 때 어떻게 이 갈등이 표면화되는지 등에 대해 거국적인 논쟁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이것은, 유럽 중세사에서 보이는 동물재판의 전통이 잔존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여겨지네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만물을 신의 피조물로 보는 중세의 사고방식에서는, 동물 또한 원칙적으로 권리와 의무의 주체 및 객체가 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어요. 비록 재판 등의 것은 이성이 있는 존재인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었지만요. 그래서 이 전통이 단지 소음의 정의와 감내할 수준뿐만 아니라 동물의 권리에 대한 것에도 미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