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푸념(!)의 소재는 '소재'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종종 했던 말들 중에 가장 많은 게 '소재가 너무 많아서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였는데, 문득 "도대체 그 소재가 얼마나 되길래 이렇게까지 고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그 동안의 자문자답을 통해서 깨달았지만 '실제로는 쓰지 않거나 쓸지 안쓸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뿐이지만요. 하지만 한편으론 저는 그 다양성과 그럴듯한 크로스오버(혹은 콜라보레이션?)에 큰 의미를 두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내 입맛대로 지지고 볶고 싶은 알량한 드림소설 같은 심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좋아하니까 더 파고드는 게 아닐까 싶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현재 수중에 있는 자료에서 생각나는 대로, 제 작품에 큰 영향을 준 것들과 특정 묘사가 아닌 에피소드 자체에 영향을 주는 것들(즉, 에피소드의 주제가 될 만한 것들)만 추려보기로 했습니다. 아마 이것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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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여기부터는 반말로 기재하겠습니다)
(1) GTA 시리즈
- 사실상 전부. 내 소설 작업의 원점이 되었다.
- 스토리 전개, 캐릭터 성격, 사이드미션, 부동산 등 온갖 기능을 가져다 소재로 쓰고 있다.
- 너무 폭력적인 부분만 제외하면 될 것 같다.
- 빌려오는 요소 : 전부
(2)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
- 모스트 원티드(2005)의 블랙리스트는 각 악당(15명)마다 에피소드를 줘볼까 했다.
- 혹은 카본의 크루 시스템을 가져와볼까도 생각했다.
- 하지만 뒷배경이나 성격이 특별히 드러나지 않았으니 포기해야 할 듯.
- 빌려오는 요소 : 차량, 지명 등
(3) 역전재판, L.A. 느와르, 총성과 다이아몬드 등
- 탐정물 계열로서, 주인공이 탐문 내지 설득 등 정보수집을 할 때 참고.
- 다만 역전재판처럼 치밀한 트릭을 짜는 건 힘들어서 자잘한 것만 가져왔다.
- 특히 역전재판의 경우 캐릭터의 성격 형성에 제법 참고가 되었다.
- 빌려오는 요소 : 탐문, 논쟁, 설득 등 말싸움 요소
(4) Another Case Solved, Floor 13, Covert Action, 디스 이즈 더 폴리스, 히트맨 시리즈, 페이데이 2 등
- 수사물 계열로서, 잠입 등의 불법적 정보수집에서 참고.
- 해당 작품 모두 잠입 요소가 있지만 묘사가 다르더라도 서로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었기에 그럭저럭 도움이 됐다.
(가령 Floor 13이나 Covert Action은 큰 그림을, 히트맨이나 페이데이는 세부요소를 다루는 느낌)
- 갱단이나 조직의 구조를 파악하고(Covert Action), 상황에 따라 다른 수단을 사용하여(Floor 13)
일망타진하는 전개를 따라갈 것이다.
- 어쩌면 설문조사를 이용한 선택지를 넣을 수 있을지도.
- 빌려오는 요소 : 조직범죄 수사 방법 등
(5) 세인츠 로우 시리즈, 슬리핑 독스, 용과 같이 시리즈 등
- GTA에서는 부족한(하지만 GTA5에서는 많아졌다) 커스터마이징 기능들을 참고했다.
- 물론 소설에서는 선택이 불가능하니, 상황에 맞게 꾸며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빌려왔다.
- 그 밖에 즐길거리 등도 참고했다.
- 한편 하나같이 핀트가 나간 GTA나 세인츠 로우와 달리, 슬리핑 독스와 용과 같이 시리즈는 진중한 데가 있어서
현재(2019-09-03) 구상 및 연재하는 랜덤 이벤트에 큰 도움이 되었다.
- 빌려오는 요소 : 커스터마이징, 기타 활동, 랜덤 이벤트 등
(6) 명탐정 코난, 김전일, 마인탐정 네우로, 데드 라이징(게임) 등
- 넷 다 악당이 드글드글하고 각자 특색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 하지만 넷 다 그 수위와 개연성이 천차만별인 만큼, 각각 필요에 따라 참고하고 있다.
- 코난과 김전일에서는 사건의 배경을, 네우로와 데드 라이징에선 악당의 성격 및 특징을 주로 보고 있다.
- 빌려오는 요소 : 악당의 배경, 동기, 특징 등
(7)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주로 에치오 3부작), 심시티, 삼국지 시리즈 등
-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경우 암살이 아닌 도시 개발적인 요소를 주로 참고했다.
- 부패한 체제로부터 시민들을 해방시킨다는 컨셉이 비슷하기 때문인 듯. (암살단처럼 숭고한 이상은 없지만서도)
- 물론 매춘부나 도둑 등 음지의 인물들과 협력하는 구도도 가져왔다. 잘만 하면 대부분의 작품에서 다루지 않는
'정보 습득 및 공유 과정'을 다룰 수도 있지 않을까.
- 심시티도 도시 개발적인 요소가 있지만 복잡해서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삼국지 시리즈가 더 도움이 될 정도.
(실제로 돈을 쓰기보단 그 과정을 묘사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 빌려오는 요소 : 거의 전부
(8) 기타 고전게임 및 작품
- 전반적으로 이름만 가져오거나 내용을 부풀리는 식으로 활용했다.
- 가령 스카이로드나 바이오메너스, 커맨더 킨 시리즈 같은 경우엔 배경 이름이나 구성만 가져왔다.
(VGMaps 같은 곳에서 맵을 구해다 도시 형태 설정에 참고하기도 한다)
- 오버워치나 KOF 시리즈, 기타 옴니버스형 작품들 같은 경우는 각 캐릭터나 상황을 가져오되
배경을 내 세계관에 맞게 적당히 바꾸거나 부풀렸다. (ex. 인조인간 등의 설정 제외)
- 대다수의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들처럼 둘 다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ex. 배경 및 장소), 내용을 가져오되
(A) 기타 언급하지 않았지만 활용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가나다순)
정말로 참고만 하고 이름만 가져올 정도로 무관한 경우도 있는지라 철저한 정리가 필요함.
이름만 빼고 상황만 가져온다면 참고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 가가탐정사무소
- 라면요리왕
- 레프트 4 데드 시리즈
- 마스터 키튼
- 마작의 제왕 테츠야
- 바텐더
- 번 레이트
- 보난자 브라더스
- 심야식당
- 소믈리에르
- 원피스
- 크레이지 택시
- 페이퍼 플리즈
- 헌터 x 헌터
- ARIA
- Q.E.D. 증명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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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록도 남길 겸, 의견도 받아볼 겸 있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농담 안 하고 저런 것들을 항상 머릿속에 넣고 다니니 피곤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새삼 드네요;;; 다만 역시 글 제목처럼 이 모든 걸 담으면 음식을 망치는 건 기본이거니와 담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거의 오픈월드 게임 하나 만드는 격이니까요.
그나저나, 마지막에 덧붙였듯이 이름만 빼고 상황 내지 요소만 가져왔다면 참고했다고 말하긴 힘드려나요? 꼭 해당 작품을 제 세계관으로 편입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참고하지 않았다고 하면 도둑질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