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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관현악단 편성은 의외로 미국식이다?

마드리갈 2019.06.13 14:58:03
북한 하면 생각나는 것 중에는 미국에 대한 끝갈데 모르는 증오.
일일이 포럼에 옮기고 싶지 않을 정도의 험악하기 짝없는 북한의 욕설을 보고 있으면, 북한은 미국과 같은 지구 위에 있는 자체가 증오인가 싶을 정도죠. 그런데 그런 북한이 의외로 각종 공연에서 관현악단 편성(Orchestra Seating)에서 미국식을 선호하고 있어요. 유럽식이 아니라.

그럼 여기서 관현악단 편성의 미국식과 유럽식이 어떤 것인지를 간단히 알아볼께요.

우선 미국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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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웹사이트에 소개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장면)


가운데의 지휘자를 중심으로 보면, 지휘자의 왼손 부분에는 바이올린이, 오른손 부분에는 첼로가 배치되어 있어요.

이것은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도 흔히 보이고 있어요.

이 방식으로는 소리를 강하게 모으기 좋고 지휘자가 각 파트를 판단하기 좋은 장점이 있는 대신 시각적으로는 비대칭인데다 2개 파트로 이루어진 바이올린의 각 파트 음색이 뒤섞여 들려 섬세함에서는 다소 부족할 수 있는 단점이 있어요.


그러면 이번에는 유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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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비엔나 필하모닉 공식 웹사이트에 소개된 비엔나 필하모닉의 리허설 장면)


위에서 소개된 것과는 달리 유럽식 편성은 지휘자의 왼손 방향에 제1바이올린, 오른손 방향에 제2바이올린, 그 사이에 비올라와 첼로가 위치하는 방식이예요. 두 바이올린 파트가 대칭적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각 파트가 연주하는 선율 또한 또렷이 잘 들리는 대신에, 개별 연주자의 역량이 더 크게 요구되는데다 강렬한 음향효과를 주기에는 약점이 있어요.

이렇게 두 방식에 각각 장단점이 있고, 지휘자에 따라서도 선호하는 편성방식이 다르다 보니 미국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은 비엔나 필하모닉을 미국식 편성으로 지휘한 적도 있고 오스트리아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은 완전히 독자적인 편성을 쓰기도 했어요. 어차피 대부분의 경우 이런 결정은 문화적 전통에 기반하니까요.
그런데 북한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죠. 모든 것이 철저히 정치적으로 결정되고 그 정치적인 결정의 정점에 김일성 일가가 있는데 그렇게 미국이 싫다고 그러면서 왜 북한의 각종 공연 영상에 보이는 관현악단 편성은 미국식이 많은지 모르겠네요. 혹시 북한은 내심 미국을 흠모하는, 북한 자체의 표현으로 하면 "숭미사대주의자" 들이 아닐까 싶기도...

여기서 북한의 각종 공연영상을 소개하는 것은 이용규칙 금지사항 제1조 및 추가사항으로 금지하니까 여기에서는 소개할 수 없어요. 유튜브 등에서 North Korean Concert 등의 검색어로 직접 찾아보실 것을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