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는 별의별 역설이 벌어지고 있어요.
확인된 석유 가채매장량 세계최대인 베네수엘라가 실정에 따른 극심한 경제난으로 국민의 1할 이상이 국외탈출하는 실정이 이어지고 있다든지 소련이 냉전기 미국 다음가는 항공우주산업의 선도국이었다지만 정작 소련 붕괴후 러시아가 되고 나서는 민간항공사에 쓰는 여객기의 절대다수가 미국이나 유럽의 제품으로 대체되어 있다든지 하는 것들이 그런 것들인데 이제는 사우디가 미국에서 가스를 수입할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여 실행에 옮기려는 시대가 되었어요.
2019년 5월 22일 뉴욕타임즈 기사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가 미국의 에너지 개발회사 셈프라 에너지(Sempra Energy)로부터 연간 500만톤의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LNG)를 20년간 수입할 것을 골자로 하는 가계약을 맺었고, 또한 텍사스주 포트 아서(Port Arthur, TX)의 가스 수출터미널의 주식지분 25%를 사우디 아람코 측이 매입을 추진할 것도 보도하고 있어요(
Saudi Arabia Negotiating to Buy U.S. Natural Gas From Sempra Energy 참조, 영어).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렇게 미국으로부터 가스를 수입하게 된 것은 1932년 건국 이래 초유의 일인데다 자원민족주의를 통해 세계 유수의 현금부자로 등극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재정난으로 2016년에 건국 이래 첫 국채를 발행한 것 이상 충격적인 일에 틀림없어요. 이것은 미국발 셰일가스 개발의 대성공 및 부산물로서 셰일오일 획득 덕택에 석유제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에 그 원인을 두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아무리 거대 산유국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산 셰일가스의 강력한 가격경쟁력이 가져다 주는 이점이 더 크기에 재정난에 시달리는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발전용 LNG를 대거 수입하는 편이 더욱 저렴하기에 미국산 가스는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어요.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에너지 및 화학공업의 거점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미국에는 엑손모빌(ExxonMobile), 셰브론(Chevron), 코노코필립스(ConocoPhilips) 등의 미국의 거대 석유회사는 물론, 영국의 BP, 네덜란드의 로얄 더치 쉘(Royal Dutch Shell) 등의 외자계기업도 대거 진출해 있어요. 그뿐만이 아니라, 합성석유로 유명한 남아프리카의 사솔(SASOL)은 물론, 화학공업의 원료 나프타(Naphtha)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의 롯데케미컬(Lotte Chemical)도 진출해 있고, 이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디 아람코가 미국 가스터미널 지분을 대거 인수하기로 나설 정도로 미국이 에너지 및 화학공업의 글로벌 거점으로서 세계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어요.
게다가 미국은 셰일가스 기술혁신에 힘입어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 석유, 가스 생산량의 부동의 1위가 되었고, 산업구조의 체질개선이 없이 천연자원에만 의존하는 국가들의 자원민족주의가 1970년대의 두 차례 오일쇼크에서는 세계를 흔들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 국가들 자신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어요. 그렇게 러시아와 베네수엘라가 휘청거리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중.
이렇게 셰일가스 개발이라는 기술혁신이 자원민족주의보다는 실리주의로 세계를 움직이게 하고 있고 세계 유수의 가스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산 가스 수입에 나서게 만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