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많은 인재 중 폴 롭슨(Paul Robeson, 1898-1976)이라는 만능인이 있었어요.
그는 흑인에 대한 제도 차원의 차별이 횡행했던 20세기 전반에 흑인으로서 럿거스 대학과 컬럼비아대학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서뿐만 아니라 미식축구 선수, 성악가 및 사회운동가로서도 대활약한, 놀랄만한 재능을 발휘했던 만능인이었어요. 그리고, 흑인 인권운동으로도 잘 알려진 말콤 X(Malcolm X, 1925-1965), 마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 목사의 시대에 앞서 흑인 인권운동가로서도 활약했던 인물이기도 해요. 그래서 오늘날에도 출신지 뉴저지주 프린스턴, 졸업한 럿거스 대학 등의 여러 곳에 그의 이름이 남아 있는 식으로 기념되고 있어요.
그의 성악가로서의 이력 중 특기할 만한 것은, 영어 가사로 부른 소련의 국가.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과 소련에 우호적인 성향이 강했던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이렇게 영어 가사로 된 소련 국가의 독창자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이것이 문제가 되어 미국 정부로부터 여권발급조차 거부당할 정도로 배척받게 되지만요.
인민의 손으로 세워져 항구히 이어질 위대한 나라, 레닌, 스탈린의 영도로 침략자를 물리친 나라.
적어도 그가 꿈꾸고 노래했던 소련은 그런 나라였어요.
하지만, 그가 타계한 후 15년 뒤에 소련은 역사에서 사라졌고, 침략전쟁의 지원, 강제수용소, 인권탄압, 경제파탄 등의 온갖 추악한 모습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어요. 그가 꿈꾸고 노래한 소련은 허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
생전에 인권운동가로서도 활동한 그가, 만일 소련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면, 자신의 성향을 어떻게 봤을까요. 이게 궁금해지기도 하고, 또한 씁쓸해지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