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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뜻밖의 구세주

마키 2019.03.16 22:08:42

* 제목은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호빗 시리즈 3부작의 제1작 "호빗: 뜻밖의 여정(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2012)"의 패러디. 본문 중에 나오는 업적은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주민 관련 업적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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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양산 모델인 A300B2 초도기.)



때는 1970년대 초.


유럽 각국이 합작해 창업한 에어버스는 첫 작품인 단거리 쌍발 광동체 여객기 "A300"으로 민항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집니다. 하지만 이미 보잉, 맥도널 더글러스, 록히드 등의 굴지의 회사들이 선점한 시장에 막 창업한 신생 회사는 신뢰성이 최우선시되는 민항기를 판매할 보증인 신뢰도가 없었기에 에어버스는 홈그라운드인 유럽에서나 간신히 몇대 팔아본 정도의 실적으로 경영에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러한 에어버스의 미래를 바꿀 뜻밖의 구세주가 등장하는데...




같은 시기 대한민국 국군은 미국의 대함미사일 하푼(RGM-84 Harpoon)에 관심을 갖고 판매 요청을 하게 됩니다. 목적은 조선인민군이 가진 스틱스 대함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함이었으나 이 당시 한국은 복잡한 내부 사정과 김대중 납치 사건 등의 영향으로 미국 조야에 심각한 불신을 안겨주고 있던 탓에 미국 정부가 "하푼을 판매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거래는 불발됩니다.


하푼의 거래가 불발되자 이에 한국은 차선책으로 프랑스의 엑조세(Exocet) 미사일을 선택, 프랑스 정부에 구매 의사를 타진합니다. 당연히 프랑스도 불미(佛美)관계 등 자국의 정치적 입장 탓에 처음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어떻게든 미사일을 갖겠다는 집념에 불타오르던 한국은 대한항공까지 끌어들여서는 에어버스의 경영난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면서 "엑조세 미사일을 팔아준다면 A300 여객기도 같이 구입하겠다" 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제시합니다.


대한항공이 회사의 안전을 담보로 에어버스의 거래처가 되어주는 대신 엑조세 미사일을 수출해달라는 이 파격적인 제안에 눈이 돌아간 프랑스 정부는 흔쾌히 거래를 승낙합니다. [업적: "훌륭한 거래군요!"가 달성되었습니다.]



이렇게 얻어낸 엑조세 대함미사일은 1974년부터 기러기급 고속정에 탑재해 박정희 대통령의 참관 하에 시험발사를 시연하였고, 거래 조건으로 A300 여객기 4대를 우선 발주해서 국내선과 아시아 노선에서 운용해본 대한항공은 에어버스의 준수한 성능에 만족하면서 후에 36대를 추가로 발주하며 에어버스의 단골 거래처가 됩니다. 대한항공 및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1920.02.11.~2002.11.17.) 초대 회장은 이러한 에어버스의 외국 판로 개척을 높이 평가한 프랑스 정부에게서 레지옹 도뇌르 훈장 2등급인 그랑도피시에를 수여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편, 한국이 난데없이 프랑스 물건을 사서 대만족하고 있는 것을 본 미국은 자칫하다간 양 분야의 주고객인 한국을 놓칠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결국 기존 결정을 번복하고 1975년부터 하푼 판매를 승인. 결과적으로 한국은 "하푼을 구매한다"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함과 더불어 에어버스라는 새로운 거래처와 엑조세 대함미사일까지 갖게되는 성공적인 결말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또한 대한항공이 A300을 도입해 운용해보고 준수한 성능에 만족해 추가 발주까지 하는 모습을 본 다른 항공사들도,대한항공을 보증삼아 에어버스에 비행기를 주문하게 되면서 에어버스의 해외 시장이 점차 개척되기 시작하였고, 이것을 발판으로 성장한 에어버스는 지금은 보잉과 함께 전세계의 민항기 시장을 양분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