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교교육보다 해외 미디어를 통해서 외국어를 익힌 사람입니다.
학교교육과정에서 영어를 배우기 이전에 이미 미국의 미디어를 접하며 영어를 익혔고, 일본어의 경우는 아예 정규교육과정에서도 어학원에서 배운 적이 없는 완전 독학파이고, 독일어, 러시아어 등의 다른 언어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은 편입니다. 게다가 고전한문은 중국의 고전을 읽으면서 익혔습니다. 그러면서, 나라의 수준을 보여 주는 말과 글에의 관심 또한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에게 한국 언론매체를 추천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부끄러워집니다.
요즘 들어 특히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 언론은 언어사용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조차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몇 가지 병리현상으로서 이런 것들을 거명할 수 있겠습니다.
- 속어 남발
- 국립국어원의 "규정을 위한 규정" 에의 무비판적인 수용
- 중국어 과용
- 한글과 한국어 혼동
- 자막 남발
각 항목에 대해서 조금만 더 풀어서 이야기하지요.
오래전부터 "왕따" 같은 어휘가 범람하는데, 이제는 방송에서 "핵인싸" 어쩌고 합니다. 정말 할 말을 잃었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사이시옷이 없으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는 것인지, 보기 싫은 사이시옷을 강요합니다. 등굣길, 고양잇과, 순댓국, 국숫집, 최솟값 등은 누구 좋으라고 쓰는 표기인지. 그런데 이런 점에 비판하는 것은, 과문의 탓인지는 몰라도,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이 무슨 신성불가침의 존재이거나 금과옥조의 본산이라도 되는 것인지.
중국어 과용 또한 문제입니다. 중국의 설날을 춘제라고 중국어 발음으로 꼭 써야 하는 것인지, 언제 중국어 순수령이라도 발령된 것입니까.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문자와 언어도 구분하지 못하는 지적수준으로 언어의 실태에의 비판적 사고를 요구하는 게 무리인 듯 합니다.
게다가 자막이 남발됩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정보성 자막은 별로 없고, 예능 프로그램을 위주로 쓸데없이 피로감만 가중시키는.
한국어다운 한국어를 국내 언론에 기대하는 게 이렇게도 힘든 것일까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아예 이렇게 고민하는 일도 없었을텐데 하는 생각마저 들고 있습니다.